급수 시스템 설치로 깨끗한 물 확보

“깨끗한 물을 쓸 수 없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사치였죠. 하지만 코이카 덕분에 이제 언제든 깨끗한 물을 쓸 수 있습니다.”

사미 울라 씨 가족은 2021년 탈레반 집권 이후 파키스탄으로 피신해 북서부의 다르가이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깨끗한 물을 구하는 것이 매일 겪는 골칫거리였다. 마을에 우물이 없기에 그의 어린 딸들은 무더위를 견디며 물을 구하러 먼 거리를 걸어야 했다. 하지만 코이카가 다르가이 난민촌에 급수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더 이상 딸들이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덕분에 공부할 시간이 생겼어요.”

사미 울라 씨와 이웃들은 이제 집 마당에서 작은 정원까지 가꾸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코이카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해 ‘파키스탄 내 아프가니스탄 난민 및 수용 공동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난민이 밀집한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전역에 수원지 14곳을 발굴하고, 이 중 8곳에 대형 정수 및 저수 시스템을 설치했다. 당초 대형 저수 시스템 2개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소규모 저장소 8개로 분산 설치한 것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유연하게 대처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파키스탄 공공 의료기관에 첨단 의료 장비 도입

코이카는 식수 문제뿐만 아니라 보건·교육 분야에서도 파키스탄 지역사회를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州)와 발루치스탄주의 공공 의료기관 16곳에 의료 장비와 태양광 발전 장비를 설치했다. 특히, 발루치스탄주 퀘타에 자리한 신장비뇨기병원에는 산소 발생 장치를 도입해 중증 호흡기 환자의 회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6곳의 난민촌에 있는 모자보건센터의 시설을 보수하고 장비를 지원했다. 이들 보건센터는 24시간 분만실을 운영하고 긴급 이송용 구급차를 갖춰 임산부와 신생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최전선에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코이카의 지원으로 약 14만명의 난민 환자가 기초 진료를 받았고, 약 15만명이 결핵 검진을 받았다. 

교육 분야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코이카는 여성 난민 아동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여중생 3000여 명에게 교통비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여학생들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여성의 조혼 예방과 사회 참여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동들을 위해서는 ‘가정 기반 대안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육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또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 방식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해 효과적인 디지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이카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난민과 사업 기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봉사자’를 통해 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바로 파악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NGO 단체와 함께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성폭력 대응 전략도 마련했다. 

팔레스타인에 재활치료센터 개소

“평생 걷지 못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코이카 덕분에 과거의 일상을 되찾았어요.”

코이카의 인도적 지원은 대표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카바티아에 사는 19세 청년 아흐마드 아베드 씨는 약 1년 4개월 전, 이스라엘 공습 중 로켓 파편에 오른쪽 머리를 맞아 심각한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다. 즉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무려 22일간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왼쪽 팔다리가 마비됐고, 오른쪽 눈도 보이지 않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카바티아에 있는 재활치료센터로 옮긴 그는 물리치료를 받았고, 3주 만에 상태가 좋아졌다. 걷는 동작이 훨씬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워져 스스로 바닥에서 일어나고 계단을 오르는 등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리치료와 함께 4주 동안의 작업 치료도 병행했다. 덕분에 양손으로 식사·목욕·옷 입기·세수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됐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좋아지면서 하루의 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외모 변화와 부상에 대한 충격으로 심리적으로도 불안과 사회적 고립 등을 겪었지만, 꾸준한 심리 치료를 통해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현재 아흐마드 씨는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있다. 일도 다시 시작했다. 혼자 운동을 하며 재활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아흐마드 씨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도운 카바티아 재활치료센터는 코이카의 지원으로 지어졌다. 코이카는 올해 4월 28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라말라와 카바티아에 재활치료센터 2곳을 열었다. 이는 코이카가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공공 재활치료센터 건립 및 역량 강화 사업’의 일환이다. 

지역 공공병원을 리모델링해 새로 문을 연 재활치료센터 내에는 작업 치료실, 물리 치료실, 언어 치료실, 정신 건강 상담실 등이 들어섰다. 특히 가상현실(VR)을 기반으로 한 보행·균형 훈련 시스템, 인지 재활에 활용되는 3D 인터랙티브 장비 등 최신 장비들을 갖춰 기존 물리 치료에 국한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작업 치료, 심리사회적 지원, 사회 재활 등의 통합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치료센터는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무력 충돌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주민들이 한국의 지원으로 전문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중동 지역 상생 협력 실현할 것

코이카는 각종 분쟁과 갈등, 테러, 국가 체제의 불안정성 등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열악한 환경 아래 기초생활 여건이 부족한 국가들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와 협력해 팔레스타인의 평화 구축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니세프와는 2021년부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통합적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분쟁으로 인해 영향받는 지역사회의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교육환경을 개선했다. 팔레스타인 대표 NGO 중 하나인 ‘사와(Sawa)’와는 분쟁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민종 코이카 팔레스타인사무소장은 “이스라엘과의 분쟁 발발 이후 유엔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팔레스타인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코이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쟁을 극복하고 평화 정착과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들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