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도 힘들었는데… 이제 쌀밥 먹고 힘내요”

ODA 산업 시리얼 리포트 ④

“하루 한 끼도 힘들었는데… 이제 쌀밥 먹고 힘내요”

아프리카 빈곤 도운 코이카 RAPID 사업

글 : 한상헌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 사진 : 코이카 제공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곳곳은 가뭄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도 빈국에 해당하는 앙골라, 잠비아, 말라위 등에서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코이카는 ‘RAPID(라피드)’ 사업을 진행해 아프리카인들을 식량 위기에서 구하고 있다.

코이카의 RAPID 사업 수행 파트너기관인 ‘기아대책’의 식량을 지원받은 마다가스카르 남부 안드로이 지역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식량 위기 가정에

긴급 식량 키트 지원

“한 달에 겨우 두세 번만 쌀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나머지 날엔 매일 카사바(Cassava, 고구마처럼 생긴 아열대 뿌리채소)만 먹었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쌀밥을 먹어야 아이들이 힘을 얻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만, 저희 집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 호야지 씨는 긴급 식량 키트를 받기 전의 힘겨운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사가 실패한 뒤, 그녀의 가정은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코이카가 ‘RAPID(Responsive Actions and Partnership Initiative for Disaster, 해외 재난 대응 협력 이니셔티브)’ 사업을 펼치고, 수행 파트너 기관인 ‘기아대책’이 긴급 식량 키트를 지원한 이후 호야지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쌀, 영양 강화식품, 콩, 식용유 등 다양한 음식을 번갈아 먹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매일 배불리 먹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합니다.”

아프리카 각지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를 겪던 수많은 가정들이 코이카의 RAPID 사업 덕분에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코이카는 글로벌 복합 위기와 인도적 지원 수요에 공동 대응하고자 신한은행과 5개 NGO(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희망친구 기아대책),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와 협력해 ‘RAPID’라는 전략적 파트너십 사업을 추진했다.

코이카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 동안 기후 변화와 엘니뇨 현상 등으로 인해 급성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5개국(앙골라, 잠비아, 말라위, 마다가스카르, 부르키나파소)에서 RAPID 사업을 추진했다. 인도적 지원에 전문성을 가진 5개 NGO가 각 국가에서 긴급 식량 및 영양 지원 활동을 펼쳤고, 약 10만명에 달하는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1 RAPID 사업 수행 파트너 기관인 ‘월드비전’의 식량을 지원받아 배고픔에서 벗어난 앙골라의 카롤리나 씨 모녀. 2 잠비아에 사는 아기 엘리아나는 생후 6개월에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렸지만 RAPID 사업 수행 파트너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은 후 건강을 되찾았다.

급성 영양실조 눈에 띄게 개선

덕분에 잠비아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아기 엘리아나는 생후 7개월이 될 때까지 상완위팔둘레(MUAC)가 정상 아이보다 현저히 낮은 10.4㎝로, 급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었다. 여섯 식구가 사는 가난한 가정에서 아기에게 음식을 충분히 먹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영양실조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러나 RAPID 사업 수행 파트너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꾸준히 영양을 보충하고 병원에서 치료한 덕분에 지금은 상완위팔둘레가 11.5㎝까지 증가하는 등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코이카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지식은 엘리아나의 엄마에게 두려움을 없애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약한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가족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선 어떠한 아이도 혼자 남겨져선 안 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먼저 행동하세요.”

RAPID 사업 수행 파트너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이 부르키나파소에서 수혜자 대상 피드백 처리 서비스를 지역 주민에게 설명하고 있다.

앙골라에서도 따뜻한 사연이 전해진다. 최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우일라 주에서 여섯 아이를 키우는 카롤리나 씨는 숲에서 채취한 풀을 모아 팔아 생계를 이었다. 하지만 그 소득이 적어 충분한 식량을 사지 못했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모유수유조차 어려웠다.

“코이카와 ‘월드비전’이 옥수숫가루 100㎏과 콩 13.5㎏, 식용유 5.125㎏ 등을 지원해주었어요. 한 달 동안 음식을 충분히 먹었더니 이제는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처럼 RAPID 사업은 참여 국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뤘다. 식량소비지수(FCS, Food Consumption Score) 평가 결과, 식량 소비가 극히 부족한 상태인 ‘Poor’ 등급 가구 비율은 사업 추진 전 평균 60% 수준에서 사업 종료 후에는 평균 30%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5세 미만 아동의 급성 영양실조 유병률 역시 사업 추진 전 12% 대에서 사업 종료 후 1% 대로 급감해 사업의 효과성을 입증했다.

마다가스카르 농축산부의 마난조 로버트 헬모 안드로이 지역 국장은 “긴급 식량 키트를 제공한 덕분에 농축산부가 농가에 지원한 씨앗을 농부들이 중간에 먹지 않고 오롯이 농사에 쓸 수 있었고, 각 가구의 연간 수수, 땅콩 생산량이 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RAPID 사업 수행 파트너 기관인 ‘굿네이버스’가 말라위에서 주민들에게 긴급 식량 키트를 나눠주고 있다.

지역 주민을 주인공으로

코이카는 RAPID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상 지역 주민의 인권과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했다. 주민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뜻하지 않게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고, 사업이 더 투명하고 책임 있게 진행되도록 했다.

RAPID 사업은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서, 지역사회가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코이카는 앞으로 중동 지역의 난민과 이재민을 위한 새로운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