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돕기 위해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람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지난 9월 2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코이카 필리핀사무소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위코 2기 한수련 씨가 감탄했다. 

이날 행사는 1991년부터 코이카가 필리핀에서 추진해 온 무상원조의 30년 역사를 기념하고 주요 파트너들과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는 이상화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 김동호 코이카 이사, 김은섭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장, 공여기관 대표, 국제기구 대표 등 18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한씨는 코이카의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알리는 위코 우수 활동자 자격으로 이곳에 초청됐다. 한씨 외에 김도휘, 박혜령, 이주희, 임원빈, 신지원씨 등 다섯 명의 위코 출신 청년들도 함께 초청받아 필리핀 내의 코이카 사업 활동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을 살펴봤다. 

‘역대급 피해’ 필리핀 위해 보건과 교육에 집중   

이들은 필리핀에 도착해 가장 먼저 타클로반시(City of Tacloban)를 방문했다. 타클로반시는 필리핀 중부 비사야에 있는 레이테주의 중심 도시로, 2013년 8월, 슈퍼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1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이는 필리핀 전체 인구의 5%가 넘는 숫자였다.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가 긴급 구호단을 파견하고 복구를 지원했지만, 재건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코이카는 이 피해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보건과 교육 분야였다. 태풍의 여파로 높아진 모성사망률과 아동사망률, 그리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역의 지속 가능한 재건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코이카는 2021년부터 레이테와 동부 사말을 포함한 비사야 지역 내 16개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필리핀 동부 비사야 모자보건 증진 사업’을 추진했다. 단순히 의료 지원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과 정책 옹호, 그리고 교육 지원까지 포함된 사업이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3539명이 지역 보건 교육을 받았고, 4만6205가구에 가정 방문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또한 276명의 보건 인력을 양성하고, 앰뷸런스도 11대 지원했다.

이번 방문에서는 하이옌 이후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재난에 취약한 지역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이 살고 있는 불로드(Bulod) 지역을 찾아 그간의 사업 성과를 점검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재건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교육으로 새로운 출발을 지원하다

코이카는 2017년부터 유네스코와 함께 ‘필리핀 유네스코 타클로반 지역 학교 밖 소녀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풍 하이옌 이후 교육의 기회를 잃은 여성들이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다.

코이카와 유네스코는 ‘타클로반 대안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여성들에게 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코이카가 개발한 ALS(Alternative Learning System, 대안교육 시스템) 커리큘럼과 교재가 큰 역할을 했다. 2018년 타클로반에서 시범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2023년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현재 400여 명의 학생과 8000여 명의 교사가 이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 대안교육센터를 졸업한 여성들은 대부분 20대부터 40대까지의 만학도로,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코이카의 노력은 단순히 교육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글로벌 문제를 해소하는 국제개발협력

불로드 지역 보건지소와 타클로반 대안교육센터, 코이카 필리핀사무소 개소 30주년 기념식 등을 돌아본 위코 출신 청년 참가자들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주희씨는 “타클로반 등 피해 현장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면서 “단기적,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의 재건을 위해 진심으로 현장에서 뛰는 코이카의 모습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꾸준히 개발협력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코이카의 활동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하고 진심 어린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구촌 모두를 위한 미래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은 위코 한수련·이주희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① 한수련(아주대학교 사회학과)

이번 해외 일정에 동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2020년 위코 활동 당시 우수 활동팀으로 대상을 받으면서 이번 일정에 초청받게 되었습니다. 평소 코이카 사업이 현지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직접 그 현장을 확인할 기회가 생겨 정말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대안교육센터에서 만난 한 수혜 학생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 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였는데,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자신의 학업을 포기하고 남동생의 학업을 위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분이 눈물을 흘리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나라도 과거 해외 원조를 받던 시절,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 이랬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세계 곳곳에 이런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또한 코이카가 국제개발협력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현장을 국민 대표로 방문한 소감은?

“저는 과거 1년 6개월 동안 라오스에서 살며 코이카 직원과 봉사단원들을 종종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편안한 삶을 뒤로하고 힘든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한 나라를 위해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 인력이 동원되어 한 사업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을 계기로 코이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위코 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장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참여하여 굉장히 뜻깊었습니다. 특히 코이카가 여러 파트너와 협력하여 어떻게 사업을 구상하고 운영하는지, 현지의 필요와 상황에 맞춰 사업이 어떻게 조정되는지, 그리고 사업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직접 듣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 대표로서 이러한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싶으신가요? 이유는요?

“네, 꼭 가고 싶습니다. 나라마다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다르고, 이에 따라 필요한 지원 방식도 다릅니다. 현장을 직접 보면 각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더 나은 개발협력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나오는 생생한 피드백은 단순히 책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른 깊은 깨달음을 주니까요.”

청년을 포함한 미래세대를 위해 개발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개발협력은 지속 가능성과 포용성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년 세대가 주도할 미래의 협력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현지 사회의 자립과 장기적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또한 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하는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도 개발협력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① 이주희(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리코리 대표)

이번 해외 일정에 동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위코 활동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코이카의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국민 대표로서 ODA 사업 현장을 직접 보고 그 의미와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타클로반의 태풍 피해 지역을 방문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태풍의 피해를 딛고 재건을 시작한 지역 주민들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개발협력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요?

“코이카 필리핀사무소 김은섭 소장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현장에서 추진되는 다양한 코이카 사업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실 때 그 진심 어린 헌신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김 소장님의 열정은 제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ODA 사업 현장을 방문한 국민 대표로서의 소감은?

“국제개발협력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직접 혜택을 받는 지역 주민들을 만나며 이 사업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희망과 삶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ODA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이자 국민 대표로서 코이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특히 ODA를 알리고 관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국민들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도 생기길 기대합니다.”

청년을 포함한 미래 세대를 위해 개발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앞으로의 개발협력은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문제 해결 과정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합니다. 모두가 협력의 가치를 이해하며 함께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위코 활동으로 시작한 코이카와의 인연이 국민 대표로 이어져 정말 영광이었고, 앞으로도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작은 실천들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운영 중인 리코리(RECORE) 브랜드를 통해 친환경 실천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