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대규모 지진이 튀르키예를 강타했다. 막대한 피해에 수만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세계 각국은 신속히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유럽연합(EU)은 3억유로 이상의 지원을 약속하며, 구조팀과 의료 지원을 보내 재난 대응에 앞장섰다. 미국 역시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85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고 구조대와 의료진을 파견해 복구 작업을 도왔다. 우리나라도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꾸려 현지 복구 작업을 지원했다. 이러한 긴급 지원은 재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이자, 국제사회에서 ODA의 역할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에 ODA 집중
ODA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 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재정·기술적 원조를 의미한다. 이는 개도국의 빈곤을 완화하고 경제 성장 촉진, 국가 간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의 권고에 따라 선진국들이 자국 GDP의 0.7%를 ODA에 할당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ODA 동향에는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흐름이 있다. 첫 번째는 UN이 제시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에 맞추어 ODA가 점차 기후 변화 대응, 친환경 에너지 지원, 교육 및 보건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 보호와 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과거에는 단순한 재정 지원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기술 이전, 인프라 구축, 현지 인력 교육 등을 통해 개도국의 자립을 돕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ODA에서도 국제적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팬데믹과 전쟁 등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지구촌은 ‘글로벌 복합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ODA의 국제적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ODA 제공 국가 중 하나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와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기후 변화 대응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등 글로벌 보건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주도로 개도국의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 협력 분야에서 높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도 OD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EU는 빈곤 완화, 기후 변화 대응, 인권 증진 등을 목표로 ODA를 통해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지역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 ODA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과거 우리나라는 ODA 주요 대상국이었다. 1950년대 6·25 전쟁 이후 미국으로부터 받은 원조 규모는 약 17억달러로 당시 우리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최빈국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와 국제기구로부터 도움을 받던 우리나라는 그 원조를 발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구어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1995년 세계은행(World Bank)의 유상차관 졸업국이 되면서 사실상 ODA 수원국에서 벗어났다. 1996년에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1999년에는 원조를 받은 지 54년 만에 원조 받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됐다. 그리고 2010년,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명실상부 선진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ODA 정책은 국제사회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욱 나은 세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하던 개발협력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대외무상원조 전담기관이 필요해졌고, 1991년 1월 ‘한국국제협력단법’이 공포되면서 같은 해 4월 1일 코이카가 설립됐다.
코이카는 우리 정부의 대외무상원조를 전담하고 있다. 미국의 USAID와 일본의 JICA가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한국국제협력단법에 따르면 코이카의 설립 목적은 ‘대한민국과 개도국 간 우호 협력관계 구축과 상호교류를 증진하고 개도국의 빈곤 감소와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과 인도주의 실현을 위해 각종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 목표
코이카 설립 초창기에는 주로 ‘사람을 데려오고, 사람을 내보내는’ 형태의 사업을 추진했다. 개도국 공무원을 초청하거나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전문가·청년 해외봉사단·의료단·태권도 사범을 파견하는 등이었다. 현재는 국가별 협력 프로젝트 사업, 연수, 인도적 지원, 인재 양성, 혁신적 개발협력, 시민사회 협력, 국제질병퇴치기금 등 사업 유형이 다양해졌고, 그 규모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ODA는 크게 양자간 협력(Bilateral Assistance)과 다자간 협력(Multilateral Assistance) 형태로 구분된다. 양자원조는 한국이 개별 국가와 협력해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자간 원조는 세계은행과 유엔개발계획(UNDP)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양자간 협력은 다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나뉘는데, 무상원조는 원조한 현금 또는 현물에 대해 수원국이 상환할 의무가 없는 원조이다. 코이카는 이 무상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코이카는 우리나라 전체 무상원조의 약 3분의 2를 집행하고 있다.
코이카의 업무는 크게 인도적 지원, 경제적 개발 협력, 기술 이전 및 역량 강화로 나뉜다. 인도적 지원은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전쟁, 기근 등 긴급 상황에 대해 즉각 대응하고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2023년 튀르키예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코이카는 긴급 구호팀을 파견하고 의료 지원, 구호 물자 제공 등으로 피해 복구에 기여했다.
코이카는 개도국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로나 학교, 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이러한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경제 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에 코이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도국의 경제적 자립에 중점
개도국의 인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코이카의 주요 업무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현지 인력의 기술과 지식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케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은 여러 개도국에서 정치·경제 시스템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건 및 의료 지원 역시 코이카의 핵심 업무 중 하나다. 많은 개도국에서는 여전히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기본적인 보건 시설이 부족하다. 코이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에 의료 시설을 설립하고 현지 의료진을 재교육하며, 필요한 의료 장비와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에서는 코이카의 의료 지원을 통해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지 보건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코이카는 개도국의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홍수나 가뭄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일어나면 개도국은 특히 큰 타격을 받는다. 이에 코이카는 다양한 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및 자원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러한 코이카의 주요 성과는 전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보건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유아 사망률을 크게 줄이고 공공 보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켰다. 모잠비크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선진 농업 기술을 도입하고, 농업 교육 및 인프라를 개선해 소농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우간다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같은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전력 공급을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농업과 교육 분야의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베트남의 경우, 농업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적인 재배 방식과 효율적인 농업 기법을 전수함으로써 농업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외에도 캄보디아에서는 교육 인프라를 강화하고, 취약 계층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젊은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도국의 미래 세대를 위해
코이카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개도국의 경제 구조를 개선하며, 특히 IT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여 미래 세대의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청년 인재 양성에 주력해 개발도상국의 차세대 리더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프로젝트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개도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코이카의 활동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코이카는 앞으로도 글로벌 문제 해결과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세계에 한국 ODA 알리는 ‘월드프렌즈 코리아’
‘월드 프렌즈 코리아(World Friends Korea, WFK)’는 코이카의 대표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이다.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운영하던 해외봉사 프로그램들을 통합해 2009년에 출범했다. 현재 40개 국 이상의 개발도상국에 교육, 농업, 보건, 기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2000명 이상의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WFK는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개발 경험을 전해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성장을 지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