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年 17% 느는 Z세대 소비 정서적 충성도를 만족시켜라

웨인 베스트 비자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글 : 홍준기 조선일보 기자  |   사진 : 게티이미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의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앞으로 기업은 기존에 해왔던 혜택 중심의 거래적 충성도로는 세계 소비문화를 좌우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의 웨인 베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만나 Z세대의 소비문화와 올 하반기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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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대 인터넷 은행인 ZA뱅크 앱에 접속하면 ‘무림 고수’에 도전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과녁을 향해 칼을 날리는 식의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온라인 게임처럼 경험치(게임 내 점수)를 쌓을 수 있다. 매일 앱에 접속해 출석 체크를 하고, 은행 서비스와 관련한 퀴즈를 풀어도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이벤트 기간 게임에서 가장 많은 경험치를 모은 사람에게 3만9999홍콩달러(약 690만원)와 함께 고전 무협 소설 전집이 보상으로 나간다. ZA뱅크는 2020년 3월 문을 연 신생 은행으로, 퀘스트(게임 속 임무)를 통해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평이다.


이미 전 세계 인구의 과반이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로 채워진 만큼 기업들도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한 시대에 ‘가격 할인’이나 ‘포인트나 우대 금리’ 같은 금전적 혜택만으로는 젊은 고객을 유혹하기 어렵다.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의 웨인 베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ZA뱅크처럼 재미를 주거나 아니면 소비에 의미를 부여해 ‘정서적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는 산업에서 젊은 소비자를 붙잡아 둘 방법”이라며 “금전적 혜택 위주의 ‘거래적 충성도’ 만으로는 고객을 잡아두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베스트 이코노미스트는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전력 산업 분석 및 컨설팅 관련 업무를 하다가 1990년 비자에 입사했다. 이후 30년 넘게 비자에서 소비자의 지출 패턴 분석 등을 담당한 소비자 마케팅 ‘전략통’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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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소비자를 잡아라


Z세대 소비가 얼마나 늘까.

“미국 센서스국 등에 따르면, 2020년 MZ세대는 세계 인구의 47%를 차지했다. 그런데 2030년이면 56%로 늘 전망이다. 비자는 2022년부터 2035년 사이 미국에서 세대별 지출 규모가 얼마나 늘거나 줄지 시뮬레이션해 봤다. 그 결과 Z세대는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연평균 17%씩 소비가 증가한다. 반면 X세대는 1%씩 느는 데 그치고, 베이비부머는 5%씩 줄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X세대(1965~1980년생)의 지출이 크지 않은가.

“현재로선 그렇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출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47~49세다. X세대(1965~1980년생)라고 부르는 세대에 속한다. X세대 소비자는 수도 많고, 소득수준이나 지출 규모도 크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세대별 지출 규모보다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X세대나 베이비부머는 여전히 기업에 중요한 고객층이지만, 이들만 붙잡아 두려고 하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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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의미 살려야 ‘단골’ 생겨”


Z세대 소비자의 부상이 가져온 변화는.

“Z세대의 부상과 함께 온라인 결제 규모가 늘었다. 우선 새로운 소비자층인 MZ세대 상당수가 인터넷 보급 이후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다. 고령 소비자들도 음식 배달이나 의료 서비스 같은 영역에선 온라인 결제에 능숙해진 모습이다. 기업의 충성도 확보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온라인 거래에선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품질, 서비스를 비교하며 구매처를 바꾸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온라인 거래에서 Z세대 ‘단골’을 많이 만들려면.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같이 경제적인 이익을 주는 ‘거래적 충성도(transactional loyalty)’ 전략으로는 온라인 거래에서 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기에 한계가 있다. 재미 혹은 사회적 의미를 앞세워 정서적 충성도를 얻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으로 재미를 주거나, 친환경이나 인권 같은 사회적 가치를 연계해야 한다. 예컨대 항공사가 렌터카 회사와 계약하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빌리는 고객에게 항공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업 발전에도 관심이 많다. 호텔이나 렌터카 업체가 지역 기업·지역 명소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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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쇼핑 시즌


온라인 결제로 인한 쇼핑 패턴 변화는?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쇼핑 ‘대목’이 사라지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너무나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되면서 소비가 (특정 시즌에 몰리지 않고) 골고루 분산되고 있다. 전자 상거래의 성장으로 2000년 미국 내 상품 판매의 8%(판매액 기준) 정도만 온라인 거래를 통해 이뤄졌는데, 지난해에는 24%까지 높아졌다. 2000년에는 미국 내 소비자들이 12월에 물건을 사는 데 쓴 돈이 월평균 구매액보다 26%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차이가 8% 정도로 좁혀졌다.”


Z세대 소비자의 부상과 온라인 결제 보편화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Z세대 소비자의 부상과 온라인 결제 보편화, 이에 따른 쇼핑 시점의 분산을 진정한 의미의 ‘넥스트 노멀’이라고 본다. 2020년 이후 코로나 사태와 동시다발적인 금리 인상,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최근까지도 세계 경제는 ‘버그(오류) 때문에 느려진 컴퓨터’ 같았다. 소비의 넥스트 노멀은 마치 컴퓨터 재부팅의 효과처럼 세계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성장세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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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발표한 ‘MZ세대 세부 분석’ 살펴보니 

보이콧 대신 ‘바이콧’… 똑 부러지는 MZ 소비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MZ세대(1980~2005년생)이고, MZ세대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범죄에 큰 불안을 느끼며, 여러 사회문제 중 개인 정보 유출을 특히 우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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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MZ세대를 세부 분석한 내용 등을 담은 ‘통계플러스 2024년 봄호’를 발표했다. 통계청은 MZ세대가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가치를 소비한다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등의 소비 트렌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MZ세대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으면서 적극·합리적 소비로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재렉스(재테크+플렉스)’와 항의 표시로 거래를 하지 않는 ‘보이콧(boycott)’ 대신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기업의 제품·서비스 구매로 의사를 표현하는 ‘바이콧(Buycott)’ 등의 특징도 있었다.



인구 3분의 1인 MZ세대, 주로 수도권 거주


통계플러스에 따르면, MZ세대는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큰 규모의 세대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MZ세대는 1629만9000명으로 총인구의 32.5%를 차지했다. MZ세대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살고 있었다. 특히 M세대의 수도권 거주 비율(54.9%)이 Z세대(50.2%)보다 4.7%포인트 높았다. M세대는 베이비붐세대(47.5%)와 시니어세대(43.7%)보다 수도권 거주 비율이 7~11%포인트가량 높았다.


또한 MZ세대 취업자는 다른 세대보다 직업적으로 더 안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M세대와 Z세대 취업자 중 소득 수준이 높은 전문·관리직 비율은 각각 31.7%, 26.2%에 달했다. 이는 시니어세대(3.7%), 베이비붐세대(9.9%)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현재 40~50대인 X세대(23.3%)보다도 최대 8%포인트쯤 높았다. 세대별 취업자 비율을 보면 Z세대는 아직 학생 신분인 경우가 많아서 46.1%로 낮았으나, M세대의 취업자 비율은 77.4%로 X세대(77.9%)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요 근로 세대였다.

MZ세대 중 M세대는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안전한지를 묻자 M세대 10명 중 6명(59.6%)은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Z세대 중에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범죄’를 꼽은 비율(18.9%)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M세대도 Z세대 못지않게 범죄(17.6%)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엠제코(MZ세대+에코)’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MZ세대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다고 알려졌으나, 실제 조사 결과는 사회적 인식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M세대는 기후변화와 미세 먼지 등의 환경 문제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47.8%, 68.7%로 전체 평균(각각 45.9%, 64.6%)을 웃돌았다. 하지만 Z세대의 답변 비율은 각각 42.6%, 59.8%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즉 20대 중심의 Z세대보다는 30대 중심의 M세대가 환경 문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김지섭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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