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 수도권 여행지

연천 호로고루城 거닐고, 동탄호수공원에서 피크닉… 교통 카드 한 장으로 떠난다

글 : 박근희 조선일보 기자  |   사진 : 양수열·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올봄 ‘전철 타고 가는 수도권 여행지’로 급부상한 곳이 있다. 경기도 ‘연천’과 ‘동탄’이다. 연천은 지난해 말 수도권 1호선이 동두천ㆍ소요산역에서 경원선 연천역까지 연장 개통하면서, 동탄은 최근 파주시 운정과 화성시 동탄을 잇는 GTX-A 노선 중 수서~동탄 구간이 우선 개통하면서 반나절 생활권에 들 만큼 가까워졌다. 모처럼 교통카드 한 장 손에 들고 떠났다. 전철 타고 떠난 소도시 연천 그리고 신도시 동탄 여행기.

‘경로 우대 핫플’ 등극한 연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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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호로고루는 청보리 철엔 ‘미니 가파도’란 별칭으로 불린다. 5월쯤이면 규모는 아담하지만, 초록빛 융단을 깐 것만 같은 청보리밭도 만날 수 있다.

 

 

“내 아들이 연천 군남면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차 없이 면회 다니는 건 꿈도 못 꿨지. 연천은 경기도지만, 그땐 거의 오지나 다름없었어. 이렇게 전철이라도 있었으면 면회도 자주 다니고 했을 텐데 말이야.” “이제 이쪽 군부대로 면회 다니기는 편해졌겠네, 허허!”


주말 오전 연천역행 전철 1호선 객차. 나란히 앉은 60대 여성들이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들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지상 구간을 달리며 창 밖으로 다양한 풍경이 걸릴 때마다 화제도 수시로 바뀐다. 이날 승객의 상당수는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나 젊은 층, 군인들도 보였다. 연천역 역무원은 “연천역은 6080 승객 비율이 특히 높다”면서 “1호선 연장 개통과 동시에 ‘경로 우대 1위 역’으로 등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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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위) 연천역 출구로 빠져나오면 ‘연천 관광안내소’로 쓰이는 옛 경원선 연천역사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 열차에 물을 대주던 급수탑이 먼저 나와 반긴다. (좌측 아래) 호로고루 초입에 서 있는 ‘북에서 온 광개토대왕릉비’. 중국 지린성에 있는 비를 본떠 만든 것이다. 이 비 아래엔 북에서 온 광개토대왕릉비가 이곳에 자리하게 된 ‘내력’이 적혀있다. (우측) 연천 9경 중 1경인 재인폭포. 전망대(9시 방향)뿐 아니라 출렁다리와 협곡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재인폭포.

 

전철 연계 시티투어버스 인기


연천행 전철은 대개 매시 30분 전후에 연천역에 도착한다. 역사를 빠져나오면 바로 관광안내소다. 박공지붕 모양을 한 빨간색 벽돌 건물은 연천역 옛 역사를 새로 단장한 것이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높이 23m의 급수탑은 과거 경원선을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대기 위해 1914년에 설치한 것으로 1950년대에 디젤기관차가 등장하며 퇴역했다. 지금은 6·25전쟁의 흉터를 간직한 채 등록문화재로 남아 ‘미카’ 열차와 나란히 연천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


전철이 개통됐다 해도 연천은 아직 버스 연계 노선이 제한적이고 배차 간격이 길어 자유롭게 여행하기는 불편하다. 역사 부근에 렌터카 개념의 공유 자동차가 있긴 하지만, 편히 둘러보기엔 시티투어버스(성인 5000원, 경로·청소년 및 지역민 등 할인 3000원)가 만만하다.


연천역 개통과 함께 지난 2월부터 시범 운행한 순환형 코스는 재인폭포, 전곡시장, 선사박물관, 전곡리유적 등 연천역에서 가까운 주요 관광지들을 알차게 엮어 인기다. 관광안내소 직원은 “시범 운행 기간에 평일에는 하루에 100여 명, 주말엔 250여 명이 이용했다”며 “주말의 경우 전 회차 만석이었다”고 했다. 폭발적인 반응에 지난 4월 11일부터 테마형 코스를 추가하고 순환형 코스 운행 스케줄도 조정했다. 매주 수요일엔 미라클타운, 태풍전망대, 연강갤러리 등을 둘러보는 ‘DMZ 안보 코스’(오전 10시와 오후 1·2시 운행)를, 매주 목요일엔 숭의전, 백학광장, 호로고루, 경순왕릉 등을 둘러보는 ‘역사·문화 체험 코스’(오전 11시와 오후 1시 운행)를, 금~일요일엔 순환형 코스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총 7회(마지막 버스는 연천역에서 탑승불가) 운행한다. 시티투어버스는 예약 없이 당일 연천 관광안내소(031-834-1230)에서 선착순 이용 가능하다.



원시 비경 ‘재인폭포’, 청보리밭 ‘호로고루’


연천 시티투어버스 운행과 함께 올봄 더 인기를 끄는 곳은 순환형 코스의 재인폭포와 역사·문화 체험 코스의 호로고루다. 연천 9경 중 1경인 재인폭포는 한탄강세계지질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형 중 하나이자 연천의 명승지. 입구에서 전기차로 편히 전망대까지 닿는 데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비경과 만나니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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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S’ 자 곡선의 호로고루 계단. 삼국시대 격전지였던 호로고루는 시간이 흘러 연천의 힐링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계단 몇 개만 오르면 임진강 물줄기 등 일대가 눈에 훤히 들어온다. (우측) 재인폭포 위쪽 둘레길을 따라가면 ‘선녀탕’이 있다. 짙은 옥빛의 오묘한 물 색감에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지장봉에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주상절리 절벽을 만나면서 형성된 높이 20m의 재인폭포엔 슬프고 애틋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줄타기를 잘하던 재인에겐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는데, 이 고을 수령이 재인의 아내를 탐하여 그를 죽이자 재인의 아내가 수령의 코를 물고 폭포에서 떨어져 자결했다는 이야기. 이야기의 감정선과 달리 폭포는 시원하고 우렁찬 소리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전망대 쪽에선 폭포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출렁다리와 나무 덱을 따라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웅장한 협곡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4월 초부터 운행을 시작한 전기차는 정식 운행일(7월 예정) 전까지 매주 월·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범 운행하며 이 기간 탑승료(왕복 2000원)는 무료다.


연천역에서도 차로 40여 분 거리여서 그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쉽지 않았던 호로고루도 매주 목요일 연천 시티투어버스 역사·문화 체험 코스를 이용하면 수월하게 탐방할 수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이국적 사진 명소로 알려진 호로고루는 삼국시대 고구려가 적군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임진강변에 쌓은 성곽이다. 임진강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 사이의 격전지였다. 치열했던 전쟁의 역사를 기록한 듯 성곽을 자세히 보면 고구려가 쌓은 것과 신라가 쌓은 흔적이 혼재해 있다. 지금은 연천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코스가 됐다. 호로고루 동벽쪽 ‘S’ 자 계단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임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기다린다. 성곽의 실루엣이 살아나는 일몰 무렵에 더욱 아름다운 풍광과 조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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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나무’가 그림 같은 연천의 ‘당포성’. 1호선 연천역 연장 개통 후 ‘호로고루’와 함께 봄 여행지로 떠올랐다.

 

매년 9월 해바라기 군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호로고루는 초록 융단에 청보리까지 더해지는 5월 또한 가을 못지않은 경치를 자랑한다. 이때쯤엔 ‘미니 가파도(제주)’란 별칭이 있을 정도.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한 알록달록한 걸상에 앉으면 가파도 부럽지 않은 기념사진을 담아갈 수 있다. 호로고루 초입엔 중국 지린(吉林)성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를 본떠 만든 ‘북에서 온 광개토대왕릉비’도 있으니 간 김에 둘러볼 일이다.


완만한 언덕에 ‘나 홀로 나무’가 있어 호로고루와 함께 연천의 사진 명소로 꼽히는 또 다른 삼국시대 군사 유적지 ‘당포성’은 1호선 전곡역이나 전곡역 부근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30여 분 거리다. 단, 배차 간격이 길어 버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반면 그만큼 찾는 이들은 적어 머리 식히기 좋은 단순한 풍경과 고요함이 기다린다. 빛 공해가 없어 자가 운전자들과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선 야경과 별 관측 명소로도 소문난 곳이다. 이제 막 키가 자라기 시작한 들풀을 곁에 두고 전망대에 오르면 혼자여도 괜찮다는 듯 팽나무 한 그루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발 아래로는 임진강 물줄기가 말 없이 유유히 흐른다.



카페 투어·피크닉族 찾는 동탄역


GTX-A 동탄역행 분위기는 연천역행과 사뭇 다르다. 가벼운 옷차림에 유모차나 어린이용 승용 완구, 간이 의자나 돗자리 등을 들고 광역급행열차에 올라 동탄으로 향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흔하다. “주말마다 나들이, SRT 여행을 위해 이용하는 승객 비율이 더 높다”는 게 GTX-A 수서역 역무원의 말. GTX-A 수서역에서 만난 송경숙씨 일행은 “동탄에 사는 친구가 GTX 개통 기념으로 초대해 브런치 모임 간다”며 “점심 먹고 동탄호수공원 등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했다. GTX-A 노선 수서역에서 동탄역 구간(운임 4450원)의 소요 시간은 20여 분. 지하 3~4층 아래를 평균 시속 100km, 최고 속도 170여 km로 달리니 “타자마자 내릴 준비한다”는 얘기가 오간다.


동탄역 부근 피크닉 명소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동탄호수공원이다. 산척저수지와 송방천 일대에 74만여㎡ 규모로 조성된 인공호수. 동탄2신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호숫가에 만개했던 벚꽃이 지고 수목마다 새순이 덮이며 연둣빛으로 물드는 중. ‘현자의 정원’ ‘운답원’ ‘측백나무원’ 등 잘 가꾼 호숫가를 한 바퀴 산책하다 보면 힐링 포인트가 곳곳에 기다린다. 공유 전기 자전거(유료)를 대여해 자전거도로를 신나게 달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동탄호수공원을 야경 명소로 만든 야간 분수쇼 ‘루나쇼’는 매년 5~9월 중 운영한다. 300여 개의 노즐에서 뿜어내는 물줄기가 봄부터 가을까지 호수의 낮과 밤을 낭만으로 물들인다. 이 기간 루나쇼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타 지역 단골’들도 있을 정도다. 동탄역에서 버스로 환승해 동탄호수공원까지 이동할 경우 20분 정도 걸린다.


신리천 변을 따라 이어진 신리천카페거리도 동탄역에서 버스와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자리한다. 36시간 숙성한 튀르키예식 스프레드인 카이막과 바게트 세트로 유명한 ‘세븐 야드’를 비롯해 신리천 변을 정원 삼은 카페들은 주말마다 인접 지역인 분당·용인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카페 투어를 위해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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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GTX-A 수서~동탄 구간이 우선 개통하며 피크닉 명소로 주목받는 ‘동탄호수공원’. (우측) 당일 캠핑 겸 피크닉 체험을 할 수 있는 동탄 무봉산자연휴양림의 ‘오두막’.

 

무봉산자연휴양림 임시 개장, 고찰 만의사도


6월 1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임시 개장한 ‘무봉산자연휴양림’은 동탄피크닉 명소로 뜨는 곳.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동탄역에서 무봉산자연휴양림까지 버스와 도보로 40여 분 거리, 택시로는 15분 정도 걸린다. 임시 개장 후 ‘오두막’이라 불리는 당일 캠크닉(캠핑+피크닉) 체험 공간은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휴양림 한쪽 나무로 지은 오두막에서 편히 쉬면서 바비큐 등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바비큐 장비나 도구, 요리 재료 등을 개별 준비해야 하는데도 연일 마감이라는 소식. 직원에 따르면 정식 개장 전 재정비 휴장(5월 26~31일)에 들어가기 전인 5월 25일까지는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범 운영하는데, 이미 주말 예약은 마감됐고 평일에만 일부 예약 가능(임시 개장 기간 사용료 5000원)하다. 오두막 외 숙박 시설인 숲 속의 집, 텐트존인 잔디 광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예약은 휴양림 예약 사이트인 ‘숲나들e’에서 하면 된다. 당일 일반 탐방은 예약 없이 가능하다. 휴양림에서 무봉산 정상까지 2.2km 숲길이 걸어가 볼 만하다. 멀지않은 곳에 유서 깊은 만의사도 있으니 간 김에 둘러볼 것. 등나무 터널이나 돌계단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경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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