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일교차에 적응하라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이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가장 먼저 이상 신호를 보내는 곳이 호흡기다. 일교차가 커지면 우리 몸의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면역력이 저하된다. 또한 건조한 날씨로 인해 코와 목의 점막이 마르면서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한다. 대표적인 질환이 감기다. 주로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에 의해 발생하지만, 이 밖에도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의 종류만 200여 가지나 된다.

흔한 증상으로 콧물, 코막힘, 재채기, 목이 아프고 열과 근육통을 동반하는 인후통(몸살감기) 등이 있다.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3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며, 일주일 정도면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그러나 체온이 38℃로 올라 떨어지지 않거나 10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독감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감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므로 항생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내 유익균을 줄여 면역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충분히 쉬고 잠을 충분히 자 피로를 푸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물을 자주 마시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코와 목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잔기침이 나면 생강과 감초를 넣어 끓인 생강감초차나 무를 넣어 엿처럼 고아 만든 무엿을 따뜻한 물에 진하게 타서 마시는 것도 좋다. 

발효식품으로 장을 튼튼하게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불릴 만큼 식욕이 왕성해지지만 역설적이게도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아진다. 위와 대장의 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는 기온 변화에 민감해 계절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역력 저하로 장 점막이 손상되고 장내 세균 균형이 무너지는 것도 소화력이 떨어지는 원인이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이나 요구르트와 같은 유산균 발효식품은 장내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소화불량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 된다. 또한 하루 30분 정도 천천히 달리면 장의 연동 운동이 활발해진다. 외출 후 따뜻한 물로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거나 찜질기를 배 위에 올리는 방법 등으로 체온을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을엔 눈도 고통스럽다. 이 시기 자주 걸리는 안과 질환은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감염에 의한 유행성 결막염이다. 유행성 결막염은 바이러스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문고리를 만지는 등 간접 접촉으로도 쉽게 전염된다. 

결막염의 대표 증상은 충혈이다. 눈이 따끔거리거나 먼지가 들어간 듯 이물감이 느껴지고, 눈곱(분비물)이 자주 생긴다. 눈꺼풀이 부어오르면서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한쪽 눈에서 시작해 며칠 후 다른 쪽 눈으로 옮아가는 경우가 많다. 

결막염을 예방하려면 개인위생 관리가 최우선이다. 손을 자주 씻고, 불결한 손으로 눈을 만지거나 비비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또한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가족이라도 수건이나 베개를 철저하게 따로 사용해야 한다. 

결막염은 대부분 자연치유되지만, 통증을 줄이기 위해선 병원에서 처방한 안약을 사용한다. 수시로 눈 세척을 해주는 것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죽염을 생수에 5% 염도로 희석해 인공눈물 대신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PART  2

면역력을 끌어올려라

면역력이 떨어지면 정체를 드러내는 질환이 있다. 대상포진(Herpes Zoster)이 대표적이다. 대상포진은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활동을 시작하는 질병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되는 가을철에 발생 위험이 높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우선 신경이 분포하는 부위에 찌르거나 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몸살감기처럼 온몸이 저린 증상도 동반한다. 이후 붉은 발진(수포)이 무리지어 띠 모양으로 발생한다. 이때 수포를 절대 긁거나 터뜨리지 않아야 한다. 

규칙적 식사·운동으로 면역력 강화

대상포진은 신경통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50세 이상 성인은 대상포진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발병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면역력 강화가 핵심이다.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관리도 필수다.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면역 세포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 되지만 과도하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즈음이면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여기저기 재채기하는 소리를 흔히 듣게 된다. 환절기에 재채기가 심해지는 이유는 건조한 환경으로 예민해진 코 점막이 먼지나 곰팡이 포자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지속적으로 코 점막을 자극하면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염증 질환으로 발전한다. 이것이 ‘알레르기 비염(Allergic Rhinitis)’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 증상과 흡사해 혼동하기 쉽지만 연속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 세 가지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것이 다르다.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려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쑥이나 잡초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가을철 대표적인 원인 물질이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에서는 미세 입자를 포집하는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도움 된다.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 코를 세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꾸준히 코 세척을 하면 점막에 붙은 꽃가루나 먼지, 분비물을 씻어내 비염 증상 완화에 도움 된다. 생리식염수 대신 죽염을 미지근한 물에 녹여 사용해도 좋다. 

햇볕 쬐면 세로토닌 분비 도움

가을철에 유독 마음이 가라앉고 무기력하다면 단순한 감성 변화가 아닌 ‘계절성 정서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가을철 우울감은 낮 시간이 짧아지면서 일조량이 감소하는 것이 원인이다.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해 생체 리듬이 흐트러진다. 때문에 잠을 자도 계속 졸리고 피곤하다. 또한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유 없이 불안해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는 등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려면 적극적으로 생활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매일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 러닝이나 걷기를 하며 20~30분간 햇볕을 쬐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햇볕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생체 시계를 재설정하는 데 도움 되기 때문이다. 운동이 힘들다면 아침에 일어나 샤워만 하더라도 우울한 감정을 리셋하는데 도움 된다. 

식생활도 중요하다.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이 풍부한 단백질 위주 식단을 유지하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피해야 한다. 수면 패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생체 리듬을 안정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