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증의 주요인은 햇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또 외부 활동의 정도와 관련된 개인적 특성 등이 영향을 미친다. 우울 증상이 반복돼 나타나되 일 년 중 특정 계절에 증상이 나타났다가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가을에서 겨울에 증상이 발생했다가 봄이 되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우울증 vs 계절성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과 일반 우울증의 공통점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기쁨의 감소, 기력 저하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불면증 및 식욕 저하로 인한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계절성 우울증은 증상이 비전형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잠을 더 많이 자게 되거나 식욕이 늘어서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특히 탄수화물이나 당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는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짜증스러운 기분이나 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전체적인 활동량이 감소해 대인관계를 멀리하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발현될 때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특성이 상호작용을 해 영향을 미치며, 이 환경적 특성에도 성장 과정에서의 초기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인 회복탄력성,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천일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 가지 가설에 따라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멜라토닌은 일주기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기분 장애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사람의 눈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멜라토닌 생성을 조절하는데, 겨울에 일조량이 줄어들게 되면 멜라토닌 생성에 변화가 생겨 취약한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둘째, 계절성 우울증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세로토닌 가설로, 겨울철에 세로토닌의 활성도가 낮아진다는 결과들이 발표됐다. 사람이 햇빛을 받을 때 생성되는 비타민 D에 의해 합성이 조절되는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이므로, 일조량의 감소가 세로토닌의 감소로 이어져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뇌 시상하부의 특정 영역이 생체시계의 역할을 해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데, 이 생체시계는 외부 환경(햇빛)과 상호작용하며 리듬을 변화시키게 된다. 일주기 리듬 문제가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특히 일주기 리듬 문제를 지닌 사람은 일조량이 감소하는 겨울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슬기롭게 극복하기

계절성 우울증에서 심한 수준의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학업이나 직업의 기능이 저하되고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돼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체중 증가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감당하기 어려워 괴로움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주저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으로 조절이 가능한지 상의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받는 게 좋다.

계절성 우울증에서는 광(光)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조량 감소가 계절성 우울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시작한 치료 방법이다. 햇빛과 유사한 밝은 조명을 켜둔 공간에 머무름으로써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와 같이 항우울제 등의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운동이든 내가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을 고르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이라도 햇빛이 강한 시간에 야외 활동을 추천한다. 계절성 우울증으로 인해 잠이 많아질 수 있으나 수면의 깊이는 얕아질 수 있다. 최대한 낮에는 깨어서 활동하고 밤에 깊게 잘 수 있도록 사이클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을 이용해 볼 수 있다.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 견과류, 채소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박천일 교수는 우울증과 지중해식 식단의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한국인 맞춤 지중해식 식단 점수를 계산해 우울 점수와 관련성을 분석했는데, 지중해식 식단 점수가 높을수록(지중해식 식단에 가까운 식사를 많이 할수록) 우울 수준이 낮은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 하면서 이 관련성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서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가 단순히 신체 건강만 관련 있는 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게 되면 색안경을 낀 것처럼 매사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게 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강해진다”며 “우울증은 지나간다는 것을 계속 상기하고, 어두운 터널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 빠져나오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할 것”을 권장했다.

아울러 “계절성 우울증을 겪을 때 과도한 피로, 수면 증가로 인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귀찮고 꺼려질 수 있다. 하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비관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렵고, 그로 인해 증상이 깊어지고 지속될 수 있다. 귀찮고 힘들게 느껴지더라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거부하지 말고 만나서 대화와 활동을 함께하려고 꾸준히 시도한다면 우울증에서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할 땐 떡볶이 대신 과일 드세요

 

우울한 날일수록 맵고 단,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 

자극적 음식 대부분은 초가공식품인데, 초가공식품은 오히려 우울을 유발할 수 있다. 초가공식품은 가공과 변형을 여러 번 거쳐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멀어진 식품이다.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식품첨가물이 다량 들어간다. 떡볶이, 과자, 사탕, 초콜릿, 햄버거 모두 초가공식품에 속한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불안하고 우울할 수 있다. 이때 탄수화물이나 당류 함량이 높은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세로토닌 분비량이 잠시 늘어나 우울감이 한때 덜어진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엔돌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뇌가 이를 기억하면 우울할 때마다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

그러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초가공식품을 먹는 습관은 결국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연구팀이 성인 1만359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우울증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하루 섭취량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 집단은 20% 미만으로 섭취한 집단보다 우울증 위험이 81% 컸다. 불안 증상은 19%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가공식품 속 감미료 등이 체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등을 증가시키는 게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을 근본적으로 떨치려면 장에 좋은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한다. 장과 뇌 사이에 신호 전달 경로가 있다는 ‘장-뇌 축’ 이론은 학계 정설로 여겨진다. 장내 유익균을 기르는 데 이로운 식품은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 식품들을 통계적으로 정리한 결과 당근, 바나나, 사과, 시금치, 자몽, 상추, 감귤류, 베리류, 오이, 키위가 상위 10위에 올랐다. 

글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