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영씨는 30대의 어느 날 갑상샘항진증에 걸렸다. 처방약 없이는 단순한 하루의 일상도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비로소 몸의 신호를 받아들였다.

“살면서 마주하는 관계 중 가장 어려운 관계가 바로 나 자신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목표와 기대에 나를 몰아붙이지 않고 일을 쉬며 몸의 불편한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기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쉽게 지치는 탓에 처음에는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우선 필라테스를 배웠고, 그렇게 차곡차곡 근육을 키워 다음은 수영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25m를 헤엄치기에도 버거웠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25m를 스무 바퀴 돌만큼 체력을 쌓게 되었다.

“물속에 있다 보면 오롯이 나 자신만의 호흡에 귀 기울이게 돼요. 타인과의 관계, 주변의 평가, 다가오는 마감 등 온갖 걱정과 잡념에서 벗어나 오직 나와 내 호흡만 있을 뿐이죠.”

얼마 전 우연히 접한 요가 역시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몸을 살리는 움직임을 하다 보니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게 되었다고 말한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저는 나아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힘들었던 만큼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 역시 얼굴 앞에 설 때마다 나이 듦이 느껴지지만 그런 마음이 들면 거울 속 내게 활짝 한 번 웃어주고, 나의 몸과 보내는 시간을 더 가지려 노력해요. 결국 노화는 우리 몸 전체가 보내는 거대한 신호잖아요.”

독소 제거와 면역력 증진

항암요리 전문가 황미선 선생은 40대 초반 유방암 3기를 겪으며 인생이 달라졌다. 큰 수술과 방사선·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살기 위해 음식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면역력을 올리기 위해 라이프스타일과 마인드 역시 바꿨다. 암을 이겨낸 지 20년이 지난 지금 황미선 선생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석사과정을 거쳐 최근에는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암을 이겨냈지만 큰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합병증을 많이 겪었어요. 때문에 규칙적이고 절제된 삶의 방식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우리 몸은 탄성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균형을 잃는다고 해서 건강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패턴이 오래 유지되면 그대로 굳어버릴 수 있어요.”

그녀의 아침 루틴은 일어나자마자 당근과 양배추, 콜라비, 토마토를 녹즙기에 내려 반 컵 정도 마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10시 30분~11시 사이에 아침 겸 점심식사를 가볍게 한다. 밀가루 음식은 피하고 꼭 쌀밥을 섭취한다. 저녁식사는 4시 30분~5시 30분 사이에 하고 아침-점심과 점심-저녁 사이에 사과 1개와 계절 과일을 간식으로 먹는다. 

“하루가 끝나기 전 매일 1시간 이상 강변을 따라 빠르게 걷는 것도 저의 건강을 지키는 루틴 중 하나예요. 걸으면서 10~15분 정도는 스트레칭도 하고요.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지금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요. 긍정적인 자세로 도전하는 것 자체가 노화를 늦추는 첫걸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신나고, 재미있게

어떤 이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 커스텀 메이드 맞춤숍 라구나의 김은진 대표가 그렇다. 말간 얼굴, 화사한 웃음 때문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녀는 스물여섯에 아이를 낳고 라구나의 문을 열었고, 벌써 스물다섯 해를 맞았다. 

올봄,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대학 교정을 밟고 있다. 최고 여성 경영자 수업을 위해 바쁜 틈을 내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1인 기업의 오너이자 대표인 그녀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십 수 년 동안 규칙적인 식생활과 운동을 유지하는 그녀는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말한다.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일기에 적어요. 다짐하고 생각한 것들 중 즐겁고 행복했던 요소를 모아 글로 쓰고 읽다 보면 어느새 무언가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내가 되어 있어요.”

설레는 아이처럼 웃는 그녀에게 나이 듦을 체감하는 순간을 묻자 “얼마 전 완경을 맞았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 않느냐며 덤덤히 말하는 그녀는 새로운 삶의 페이지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살아보니 인생은 짧은 것 같아요. 주름, 노화, 나이 듦을 걱정하기보다 하루하루 신나고 즐거운 걸 찾아가다 보면 먼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깨어 있고 성숙한 내 모습에 감사하며 살고 있을 것 같아요.”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연스럽고 즐겁게 삶을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특히 중요한 것은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이 듦에 대한 시각은 수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이 듦을 받아들여라

나이 듦을 피해야 하고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식사, 수면, 운동, 스트레스 등 노화를 결정짓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나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한 동년배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 또한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이가 든다는 착각》을 쓴 예일대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년에 대해 긍정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보다 7.5년 더 생존했다. 나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기억력과 신체 기능, 심지어 삶의 의미까지 개선해 더 행복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것이다. 가볍고 단순한 식사, 충분한 신체활동, 절주와 금연, 충분한 잠과 과하지 않은 스트레스, 사람과의 적당한 관계 등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요소다. 

이러한 요소들의 공통점은 우리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어 입맛은 자연스러워지고 식욕중추가 정상화되며 집중력과 수면의 질, 판단력이 좋아질 수 있도록 돕는다. 단 노화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박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에 매달린다면 오히려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길 마음의 여유를 갖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중용’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잘 먹는 것이다. 노화는 생활 습관 및 여러 요인에 의해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특히 먹는 것은 노화의 속도를 줄이는 데 가장 큰 효과가 있다. 단순당(설탕, 꿀, 초콜릿, 콜라, 사이다, 과일주스 등이 들어간 가공식품), 정제 곡물(흰쌀밥, 빵, 떡, 국수 등 흰쌀과 흰 밀가루로 만든 식품)을 최소화하며 이들이 식품첨가물과 버무려진 초가공식품(과자, 라면, 청량음료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단순당과 정제 곡물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심화되어 노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먹더라도 양을 줄이고 식이섬유→고기, 생선 등의 단백질→탄수화물의 순서로 먹는 양을 바꿔나간다. 귀리나 현미처럼 갈지 않은 통곡물, 렌틸, 병아리콩 등 느리게 흡수되는 복합탄수화물과 채소를 함께 섭취하면 인슐린 분비를 줄일 수 있다. 

자신의 주치의가 되자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관절염과 같은 만성질 환이 늘어간다. 이에 따라 복용하는 약의 개수도 늘기 마련이다. 번거롭더라도 내 병과 약의 목록을 관리해 스스로 자신의 주치의가 돼야 한다. 

우선 평소 먹는 약의 목록을 정리해 보자. 특히 새로운 병원에 갈 때는 나의 병력과 약력을 의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처방 날짜순으로 병원 이름, 처방 날짜, 약의 이름, 1회 복용량, 복용 횟수, 총 처방일 등을 적어 꼭 의료진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약을 받을 때는 복약지도를 꼼꼼히 듣고 내가 먹는 약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은 약’이라는 말처럼 우리 몸은 잘 걷기만 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걷는 등 일상에서 걸을 기회를 찾아 꾸준히 걸어 보자. 

급격하게 떨어지는 근력 감소를 위해 몸의 중심 근육인 코어와 둔근을 강화하는 운동도 꼭 해야 한다. 프랭크, 브리지, 런지 등의 동작은 일상 속에서 10~15분 정도만 시간을 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단 잘못된 자세로 하면 더 큰 병을 얻을 수도 있으니 운동을 처음 한다면 전문가에게 운동 종류와 자세에 대해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국민체력 100(nfa.kspo.or.kr)’을 이용하자. 국가에서 시행하는 스포츠 복지 서비스로 집 근처 센터를 찾으면 나의 몸 상태를 평가받고 운동 처방도 받을 수 있다.

유산소 운동, 인지기능도 향상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이들이 특히 두려워 하는 질병이 바로 치매다. 치매를 단순히 질병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확실한 예방약도 치료약도 없다. 다만 치매를 노화로 본다면 여러 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좀 더 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싶다면 뇌의 인지 예비능을 높이자. 

뇌의 인지 능력을 꾸준히 유지해주는 예비적 능력을 의미하는 ‘인지 예비능’은 우리가 몸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복잡하고 정신적으로 부담되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인지적 과제를 수행했을 때 인지기능이 개선된다. 유산소운동의 효과가 좋다고 알려졌으며 그중 댄스는 인지 신체, 사회 활동의 요소를 모두 향상시키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독서, 컴퓨터 사용, 보드 및 카드 게임, 토론 참여, 글쓰기, 서예 및 그림, 수공예, 악기 연주 등 평소에 잘하지 않았던 운동이나 활동 등을 찾아 하는 것, 치매를 예방하고 오래도록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