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의 시대

쾌락과잉 ‘도파민 중독’ 아날로그와 소소한 행복을 찾아라

글 : 이채영 여성조선 기자  |   그래픽 : 게티이미지   |   참고서적 :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필요 이상의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도파민(Dopamine) 중독’. 노력보다는 지금 당장의 만족, 즐거움을 주는 것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렇지만 도파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소소한 행복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료 제공 그린랩, 경험상점, 욕망의 북카페, 힐리언스 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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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도파민 중독


‘도파민’은 최근 미디어를 통해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이다. 도파민은 1957년에 런던 근교의 런웰 병원 연구실에서 캐슬린 몬터규에 의해 발견된 뇌 속 화학물질이다.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며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우리는 쾌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꼽은 올해의 키워드 중에서 도파민과 유사한 단어 ‘도파밍’을 찾을 수 있다.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이 결합된 신조어 ‘도파밍’은 도파민을 추구하는 현상을 뜻한다. AI와 같은 기술의 발달, 밀키트나 배달, 가사 서비스 사용 빈도의 증가 등으로 노동보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시간을 유튜브, 넷플릭스, 게임 등이 채우게 됐다. 도파민은 대개 노동의 성취감을 통해 분비되지만 숏폼 콘텐츠 같은 영상 시청을 무한으로 반복하며 도파민 대리만족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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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도파민 중독이 아니라 ‘부족’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공학 박사인 이지브레인 이재원 원장은 “도파민에는 좋은 도파민과 나쁜 도파민이 있다”고 말한다. 좋은 도파민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취감, 만족감에서 나온다. 높은 산을 힘들게 올라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 악기나 스포츠처럼 오랜 시간 연습을 통해 잘하게 되었을 때의 만족감 등이다. 반대로 나쁜 도파민은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술, 게임, 도박처럼 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도파민 공급은 중독을 일으키고 참고 이겨내려는 우리의 행동을 방해한다. 자야 할 시간에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조금만 더 보고 자야지’ 했던 적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지켜지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이들도 거의 없다. 


흔히 ‘도파민 중독’에 빠졌다고 하면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도파민이 부족한 것이다. 도파민이 부족할 때 우리는 충동 조절이 어려워 중독에 쉽게 빠지게 된다. 요즘 흔하게 보이는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도 도파민이 부족해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져 발생하는 것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 즉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가 남발되는 요즘 사회 역시 도파민 부족 사태에 기여한다. 자극적이고 관심을 끄는 정보가 처음에는 재밌지만 이러한 정보가 반복되고 넘쳐나면서 궁금증은 무뎌지고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돈’과 관련한 정보가 그렇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주식,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부동산 투자로 자산가가 되었다’ 등의 불필요하게 자세하며 자극적인 정보는 평범한 내 삶을 불만족스럽게 여기게 만든다. 내가 애써 누리고 소유한 것들이 하찮게 여겨지는 생각이 도파민 부족을 일으키고 이는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듦과 동시에 다시 중독적인 것들에 몰두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도파민 중독 사회에서 건강한 도파민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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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플레이스


당신의 휴대폰 스크린 타임을 살펴본 적이 있는가? 집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여행을 가서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과도한 휴대폰 사용으로 ‘디지털 문맹’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잠시 휴대폰은 내려놓고 아날로그 세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소위 ‘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하는 방법이다. 


첫째로 푸시 알림을 꺼 보자. 전화 이외의 모든 알림을 꺼놓는 것이다. 최소한의 알림으로 사용하다 보면 나에게 진짜 필요한 알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한 마케팅 플랫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시 알림을 활성화해둔 사용자는 월평균 14.7회 해당 앱을 실행한 반면 그렇지 않은 사용자는 한 달에 5.4회만 앱을 실행했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 앱 정리하기이다. 전화, 지도, 카메라, 날씨, 은행 등의 필요한 앱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앱들을 폴더에 넣어 정리하고, 사용하지 않는 앱들은 주기적으로 체크해 삭제한다. 폴더로 정리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앱들을 보다가 다른 앱을 열고 싶거나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앱으로 넘어가는 ‘앱 무한 반복의 고리’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세 번째는 스마트폰 제한 구역을 정하는 것이다. 집에서 스마트폰 충전을 하는 곳이 어딘지 생각해보자. 그곳이 침실이라면 오늘부터 충전 장소를 바꿔보자. 또한 집 안에서 거실이나 식사를 하는 공간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디지털 디톡스에 도움을 준다.




PART 2

가끔은 아날로그


모든 것이 디지털인 세상, 가끔은 아날로그로 돌아가 보는 것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아날로그에 빠지다 보면 그것이 인간의 본질임을 깨닫고 이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시간을 아날로그의 세상에서 보낼 수 없는 현대인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두세 번 만이라도 아날로그 공간으로 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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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린랩  서울숲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그린랩’은 일상 속 번잡함과 번아웃에서 벗어나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리추얼 공간이다. 모두가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대폰 소리, 카메라 소음 같은 소리는 끄도록 하자. 차 모임, 플라워 클래스 등의 활동적인 프로그램부터 독서, 차 모임, 서울숲 즐기기 등 정적인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문의 02-49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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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욕망의 북카페  《역행자》의 저자인 유튜버 자청이 운영하는 ‘욕망의 북카페’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다. 오로지 책을 읽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규칙인데, 이러한 ‘강제적 디지털 디톡스’로 인해 하루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없이 독서에 집중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독서 후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글 해우소’ 공간도 마련돼 있다. 또한 원데이 독서모임, 4주간 운영되는 북클럽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02길 45 2층 문의 02-695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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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힐리언스 선마을  웰에이징 힐링 리조트를 표방하는 ‘힐리언스 선마을’은 오래전부터 ‘디지털 디톡스’를 표방해온 곳이다. 선마을 내 정해진 공간을 제외하면 통신망이 잡히지 않도록 설계됐다. 하늘과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요가나 명상, 차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고, 스파와 찜질방에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다.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반려견 힐링 캠프’ 패키지도 운영한다. 주소 강원도 홍천군 서면 종자 산길 122 문의 02-1588-9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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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힘


노력과 인내의 결실로 얻어지는 도파민을 즐기며 살아가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작은 성취로 채운 하루가 모인다면 당신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God’과 ‘生’을 합친 신조어인 ‘갓생’은 일도, 자기계발도 열심인 사람을 일컫는다. ‘갓생’을 강요당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도태된 이들은 실패한 걸까?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과 생활 방식이 있다. 풍경과 사색을 즐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을 두고 아무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사소하고 작은 성취를 통해 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갓생보다 ‘걍생(평범하게 그냥 사는 삶)’이다.


최근 방영된 TV 예능 ‘청소광 브라이언’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브라이언은 청소와 설거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밝힌 바 있다.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기 위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하우스 파티를 즐긴다고 한다. 배우 최강희는 TV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을 통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기 활동을 중단한 그녀는 지인들의 집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청소를 하면 삶의 통제력이 회복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러워진 공간이 깨끗해지는 청소는 단순한 성취지만 생산적이며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믿는 자기 효능감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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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개 이상의 해시태그가 달린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은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성취감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바꿔준 단어다. 헬스뿐만 아니라 등산, 클라이밍 등 다양한 스포츠가 #오운완으로 기록되고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해시태그지만 스스로 기록하며 쌓아올린 콘텐츠를 돌아보며 사람들은 뿌듯한 성취감을 느낀다. 단어 하나가 1주일을 채우고 1년이 되면서 인생이 바뀐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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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에서 찾는 성취감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책을 펼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 ‘병렬 독서법’을 추천한다. 병렬 독서는 전혀 다른 주제나 장르의 책들을 함께 읽는 독서법이다. 하나의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다시 원래의 책 내용이 궁금해지며 독서의 효율과 속도가 증가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지 못해 괴로워할 필요도 없고 언제든 새로운 책을 펼쳐도 좋다. 하루 10장이라도 읽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다독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명상이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행동 명상’은 어떤 행동이 명상적 성과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행동 명상은 행동함으로써 생각을 바꿀 수 있고 이러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마음을 정화시켜준다고 말한다. 매일 같은 시간을 걷는 걷기 명상, 식재료를 손질하거나 빨래를 개는 단순 노동을 함으로써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우는 살림 명상 등이 있다. 단, 시간과 방법을 정해놓고 해야 명상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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