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내 머리카락은 낙엽?

가을은 단풍만큼이나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은 반갑지만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더 많이 빠져 걱정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다. 머리카락은 계절에 따라 성장 주기가 달라진다. 봄~초여름에는 성장이 가장 빠른 반면, 가을에는 일조량 감소와 기온 변화로 인해 성장이 느려진다. 이 과정에서 탈모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탈모 환자는 약 23만3000명으로, 2016년(21만2000명) 대비 4년 만에 2만명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치료받지 않은 환자와 잠재 환자까지 합하면 국내 탈모 인구가 최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단순히 중장년층의 문제로 여겨졌던 탈모가 이제는 세대 전반의 보건 이슈로 자리 잡은 셈이다.

기온·자외선 등이 주요 원인

가을, 특히 환절기에 탈모가 심해지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 원인은 기온과 습도에서 찾을 수 있다. 가을에는 일교차가 크고 대기가 건조해진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심하면 두피의 유·수분 균형이 쉽게 무너진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각질이 쉽게 생기고, 각질과 오염 물질이 모공을 막으면 모낭세포 활동이 저해되어 머리카락이 약해지고 빠진다. 피부가 환절기에 예민해지는 것처럼 두피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일조량도 주요 원인이다. 낮이 짧아지는 가을에는 일조량도 줄어들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과 생식 기관 발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모낭에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할 경우 모발 성장을 억제하고 탈락을 촉진한다. 중요한 점은 실제 호르몬 수치 자체보다 모낭의 민감도가 탈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조부모·외조부모 중 한 명이라도 탈모가 있다면 유전적 원인으로 모낭이 호르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난소의 호르몬 균형이 깨져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고 배란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으로 머리가 빠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드름, 다모증,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검사를 통해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진단되면 배란 유도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여름철 자외선과 땀, 피지, 물놀이 등으로 약해진 두피가 제때 회복되지 못해 탈모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된 모발은 멜라닌 색소가 파괴돼 탈색되고, 큐티클이 손상돼 거칠어지며 윤기를 잃는다. 건강한 모발을 자외선에 노출시킨 결과, 노출 시간이 길수록 색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심하면 두피 화상으로 모근이 손상돼 탈모로 이어진다.

땀과 피지는 세균 증식을 촉진하고, 지루성피부염·모낭염 등으로 이어져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헤어 에센스나 동백오일 같은 식물성 오일은 자외선 손상을 줄여주지만, 여름에 소홀했던 관리가 가을 들어 탈모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만 해도 탈모는 중장년 이상의 고민이었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 탈모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는 늦은 취침, 불규칙한 식습관, 과도한 음주·흡연, 기름진 음식 섭취 등 생활 습관과 밀접하다. 모발 성장 세포(모모세포)는 밤 10시~새벽 2시 사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데, 이 시간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머리카락 재생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스트레스도 큰 원인이다. 최근 3~6개월 이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이 수축하고, 모근 영양 공급이 떨어져 모발 성장이 불량해진다. 일상적 스트레스보다는 충격적 사건, 환경 변화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무리한 다이어트도 젊은 탈모의 주요 원인이다. 굶거나 원푸드 다이어트 등으로 체중을 무리하게 감량하면 머리가 빠지게 된다. 보통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2~4개월 뒤에 나타난다. 다이어트로 인해 철분, 미네랄, 아연 등의 성분이 부족해지면 모발이 가늘고 연약해져 쉽게 빠진다. 이러한 머리 빠짐 현상은 일시적이라 무리한 다이어트를 중단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특정 영양소를 제한하지 않고 골고루 먹으며 체중을 감량하면 된다.

머리카락 가늘어지면 탈모 의심

탈모는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가늘어지고, 왁스·스프레이로 스타일링해도 유지가 잘 되지 않고 가라앉는다. 중기에는 앞머리, 정수리, 가르마 등에서 탈모가 뚜렷해지며, M자형·원형·확산형으로 구분된다. 말기에는 모낭이 소멸해 머리카락이 거의 나지 않고, 뒤통수 아래쪽에만 머리가 남아 거꾸로 된 U자형 헤어라인이 드러난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앞머리와 정수리 모발이 뒷머리보다 가늘어졌다면 탈모가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강조한다. 특히 하루에 100가닥 이상 빠지거나, 한 움큼을 잡아당겼을 때 10가닥 이상이 뽑힌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혹시 나도? 

탈모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다음 문항 중 4개 이상 해당되면 초기 탈모 가능성이 있으니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 가족 중 탈모인이 있다.

⬜ 하루 100개 이상 머리카락이 빠진다.
⬜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가늘어졌다.
⬜ 왁스·스프레이로 볼륨이 잘 유지되지 않는다.
⬜ 두피가 가렵고 비듬이 많아졌다.
⬜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을 때 5가닥 이상 빠진다.
⬜ 앞머리·정수리 모발이 뒷머리보다 가늘다.

PART 2

풍성한 내 머리카락 지키기

가을철 탈모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두피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조기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잘 말리고 잘 자야

머리는 하루 1회, 저녁에 감는 것이 좋다. 하루 동안 쌓인 땀, 피지, 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내야 두피 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 샴푸는 두피 타입에 맞게 선택한다. 지성 두피는 세정력이 강한 샴푸를, 건성 두피는 보습 성분이 풍부한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말릴 때는 수건으로 세게 비비지 말고 꾹꾹 눌러 물기를 제거한 후 뜨거운 바람 대신 찬바람이나 자연 바람을 사용해 말린다. 

머리카락을 완전히 말린 후 묶어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머리카락을 세게 묶거나 꽉 끼는 머리띠·헤어밴드를 사용하는 습관은 ‘견인성 탈모’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금 여유 있게 묶는 것이 좋다.  

담배는 두피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영양 공급을 방해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수면도 중요하다. 모발 재생이 활발한 밤 10시~새벽 2시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으며, 하루 7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자는 것이 좋다. 

음식도 두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검은콩·검은깨에는 모발 성장에 필수적인 폴리페놀, 레시틴, 불포화지방산, 비타민E가 풍부하다. 달걀은 비오틴이 많아 지루성피부염, 건선 완화에 도움 된다. 당근의 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돼 두피 보습에 기여한다. 연어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두피 건조를 막고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반면 인스턴트식품과 기름진 음식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피지를 늘려 두피 염증과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탈모 치료 4개월 이상 꾸준히

가을이 지나도 탈모가 계속 진행된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제는 미녹시딜이다. 원래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혈관 확장 작용으로 모발 성장 주기를 정상화하는 효과가 발견돼 탈모 치료제로 사용된다. 

다만 효과는 즉각 나타나지 않고, 최소 4개월 이상 꾸준히 발라야 가는 신생 모발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구용 전문 의약품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이 탈모를 유발하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전환되는 것을 막아 발모 효과를 낸다. 

일반적으로 복용 3개월 이상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며, 중단하면 12개월 내 효능이 사라진다. 단, 기형아 위험 때문에 가임기 여성은 사용 금지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모발 영양제(마이녹실, 판시딜 등)는 케라틴·아미노산·비타민을 보충해 휴지기 탈모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호르몬성 탈모에는 직접 효과가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영양제는 밥에 넣는 재료일 뿐이고, 불을 지피는 건 발모제”라며 전문 치료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남성들이 탈모약 먹기를 꺼리는 이유는 성 기능 문제다. 그러나 실제 발생 확률은 1~2%에 불과하며 대부분 일시적이다. 따라서 성 기능에 대한 부작용은 와전된 경우가 많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 2~3일 내 정상 회복된다. 필요하다면 발기부전 치료제와 병용해도 무방하므로 지나친 두려움으로 치료를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한다.  

Plus Tip

두피 관리 6계명

1 머리 감기는 매일 저녁 미지근한 물로 한 번씩 

2 두피 타입에 맞는 샴푸를 골라라(지성=강한 세정, 건성=보습 강화)

3 머리를 감은 후 수건으로 물기 꼼꼼하게 제거하고, 찬바람·자연 바람으로 완전히 말려라

4 기름진 음식·인스턴트 식품 줄이고 금연하라

5 검은콩·연어·달걀·해조류는 머리카락 건강에 좋다

6 머리카락을 세게 묶거나 꽉 끼는 헤어밴드·모자는 피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