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20년까지 90%대 초반이던 사용률이 지난해에는 98%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거북목 증후군, 목 디스크 등 목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발생

거북목 증후군이란 목을 앞으로 뺀 자세가 굳어진 상태를 말한다. 우리의 목은 7개의 뼈(경추)가 앞쪽으로 휘어져 C자 곡선을 이루며 배열되어 있다. 이런 모양은 머리의 무게를 적절히 분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장시간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 등을 보면 목뼈가 정상보다 앞으로 빠지게 된다. 

고개를 숙이면 머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목 근육의 수축력이 함께 작용하면서 목에 가해지는 무게도 늘어난다. 고개를 15도 숙였을 때 목에 실리는 하중은 약 12㎏, 30도에서는 18㎏, 60도에서는 무려 27㎏에 달한다. 이는 성인이 무거운 아이를 목에 얹고 장시간 버티는 것과 다름없는 부담이다. 이런 자세가 장기간 반복되면 목뼈의 C자 곡선이 일자로 굳어지게 되고, 그 결과 마치 거북이가 목을 뺀 것처럼 목이 앞으로 빠지게 된다.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이근호 원장은 “바르지 못한 자세가 지속되면 C자로 있어야 할 목뼈가 일자목이나 거북목으로 변형돼 통증을 일으키게 되고, 정상적인 C커브를 잃은 상태가 지속되면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목 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북목 증후군은 근력이 약한 고연령층에서 주로 생기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함에 따라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거북목의 시작은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이 뻣뻣하거나, 오후가 되면 어깨와 목덜미가 딱딱하게 굳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목뼈가 앞으로 당겨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근육과 인대가 긴장해 정상적인 움직임이 제한된다. 이때 ‘쭉’ 펴지지 않는 불편감이 바로 거북목의 첫 번째 경고 신호다.

처음에는 목이 잘 돌아가지 않거나 쉽게 피로를 느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긴장이 쌓이면 머리 뒤쪽에서 관자놀이까지 퍼지는 두통이 나타나고, 눈이 쉽게 피로해지며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까지 동반된다. 이때 많은 이가 “공부나 업무가 잘 안 되고 머리가 맑지 않다”고 호소한다. 

거북이는 귀엽지만 거북목은 아프다

목의 균형이 무너지면 어깨와 등에도 영향을 준다.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진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어깨는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말리고 등이 굽어지면서 승모근과 어깨 주변 근육이 긴장한다. 이는 만성적인 어깨 결림과 등 통증으로 이어져, 마치 어깨 위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고 살아가는 듯한 불편감을 만든다. 증상이 더 진행되면 목뼈 사이의 신경이 자극을 받아 팔과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화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 신경이 압박당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즉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거북목 증후군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목과 어깨의 긴장이 장기간 이어지면 혈류와 신경전달에도 영향을 미쳐 집중력이 떨어지고 만성 피로가 쌓인다. 어떤 경우에는 밤에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불면증으로까지 이어진다. 

팔이나 손의 저림과 힘 빠짐이 점점 심해지거나 두통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잦아지고,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거북목을 넘어 신경 손상이나 디스크 질환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증상이 보인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거북목 증후군 여부는 본인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편안한 자세로 선 후, 귀의 중간에서부터 아래로 가상의 선을 그었을 때 어깨 중간이 같은 수직 선상에 있어야 올바른 자세다. 만약 선이 어깨 중간보다 앞으로 2.5㎝ 이상 떨어지면 거북목 증후군으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바른 자세와 스트레칭 도움

거북목 증후군의 치료는 생활 습관을 바르게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전문가들은 모니터 상단을 눈높이에 맞추고, 화면과 눈 사이의 거리를 30~45㎝ 유지하며, 어깨와 팔이 긴장되지 않도록 책상 높이와 키보드 위치를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스마트폰은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침대나 바닥에 엎드려 오랜 시간 사용하는 자세는 경추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운동요법은 치료와 예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경추 신전 운동, 흉추 가동성 회복 운동, 하부·중부 승모근과 전거근을 강화하는 견갑대 안정화 운동, 단축된 흉근과 상부 승모근을 신장하는 스트레칭 등이 대표적이다. 업무나 공부 중 10분 정도 휴식 시간에 하거나 생각날 때 수시로 해도 좋다. 

앉아 있을 때 30분에 한 번 정도 손을 어깨 위에 올려놓고 팔꿈치로 천천히 원을 그리는 운동을 10회 정도씩 하면 좋다. 양어깨를 수시로 귀에 가까이 붙인다는 느낌으로 들어 올리면 어깨와 목이 연결되는 부위의 근육이 풀어진다. 벽에 뒤꿈치, 엉덩이, 어깨를 완벽하게 대고 20초 정도 턱을 당기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고 통증 허용 범위 내에서 저강도로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이는 것이며, 초기에는 물리치료사의 지도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시간 관리 역시 핵심 요소다. 전문가들은 작업이나 공부를 할 때 50~60분마다 일어나 목과 어깨를 스트레칭하고, 가볍게 걷거나 몸을 움직여 긴장을 풀라고 조언한다. 

보조적인 치료로는 단기간의 소염진통제, 물리치료, 테이핑, 도수치료 등이 사용될 수 있으며, 신경 증상이 동반되거나 6~8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MRI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드물게는 신경차단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요구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비수술적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베개만 잘 사용해도 도움

몸에 맞지 않는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도 거북목 증후군의 주요 원인이다. 목뼈를 C자로 유지하려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베개를 택해야 한다. 너무 높으면 목뼈 사이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에 무리가 간다. 너무 낮아도 정상 곡선이 유지되지 않는다. 6~8㎝ 높이의 베개가 적당하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편이라면 어깨가 덜 눌리게 하기 위해 이보다 살짝 높은 베개를 베도 괜찮다. 너무 딱딱한 것도, 너무 푹신한 것도 좋지 않다. 침대 매트리스와 비슷한 경도가 적당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목뼈 교정 베개’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사람마다 목뼈의 길이·두께·모양 등이 다 다르다. 정상 곡선이 왜곡된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목뼈를 정상적 C자 곡선으로 유지해준다는 기능성 베개를 벴는데 어딘가 불편하다면, 본인 목뼈에 맞지 않는 베개일 가능성이 크다. 계속 사용했다간 오히려 거북목이 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