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의 ‘시크릿 해변’ 원평해수욕장

해변까지 도보 2~3분으로 역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기존 삼척선의 ‘삼척해변역’을 제외하고 동해선 전 구간의 역(驛) 중에서 올여름 ‘바캉스 기대주’를 꼽으라면 ‘근덕역’(삼척시), ‘고래불역’(영덕군), ‘월포역’(포항시)이다. 열차나 역에서도 바다가 내다보일 정도로 바다와 가까운 ‘오션 뷰’ 역들이다. 역에서 해수욕장까지는 평균 도보 10분 이내의 거리. 택시 등 차를 이용할 경우 역에서 5분 이내면 해수욕장 초입에 닿을 수 있다.

‘원평해수욕장’ ‘초곡해수욕장’과 마주 보고 있는 삼척시 근덕면의 근덕역은 동해중부선 기준 해수욕장 접근성 하나만 따지면 단연 최고의 위치다. 역사(驛舍)에서 내려와 왕복 2차로 하나만 건너면 바로 울창한 해송 숲부터 만난다. 솔숲 너머로는 그야말로 눈이 시릴 정도로 짙푸른 코발트블루의 바다가 펼쳐진다. 때 묻지 않은 모래사장과 색 대비를 이루는 동해의 푸른 물결 그리고 맑은 하늘의 하얀 구름까지 더해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원한 솔숲 사이엔 폐철로가 놓여 있어 아날로그 감성을 돋운다. 이따금 폐철로를 따라 ‘삼척해양레일바이크’를 탄 관광객들이 지나가며 손을 흔든다. 빨강·하양 등대, 방파제 산책로, 기념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시선에 따라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솔숲 아래는 차박 캠핑족, 방파제 부근은 낚시꾼들의 천국이다. 특히 조개가 많아 먼저 건져 올리는 사람이 임자다.

지난 7월 3일 부천에서 왔다는 장창국씨 일행은 커다란 들통에 수북하게 쌓인 조개를 보여주며 “20분도 안 돼 조개를 이렇게나 많이 잡았다”고 자랑했다. 운이 좋으면 참게·새우·문어를 건져 올릴 수도 있다고. 원평해수욕장에서 북향하면 ‘궁촌해수욕장’과 일출 명소인 ‘궁촌항’이, 남향하면 ‘초곡해수욕장’을 지나 ‘문암해수욕장’까지 이어 갈 수 있다. 궁촌항에서 문암해수욕장에 이르는 해송 숲길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 30코스의 백미로 꼽히는 구간. 이른 아침이나 해가 기울 때 운치 있다. 근덕역 앞에선 오전 시간대에 삼척시티투어 ‘해안 코스’(예약 필수)와 연계할 수 있다.

오랫동안 군사 보호 지역에 속해 있던 ‘부남해수욕장’은 근덕역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으나 마을 안쪽에 숨은 듯 자리해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쉽지 않다. 몇 년 전부터 스노클링과 해루질(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 명소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엔딩 장면 촬영지로 유명해진 후 찾는 발걸음이 더욱 늘었다.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만 개방했으나 철책을 열고 연중 개방하면서 다소 어수선해진 풍경이다. 삼척시 내 원평·부남·삼척·맹방·작은후진·증산·하맹방·용화·장호 등 해수욕장은 8월 17일까지 운영한다.

울진 관동팔경 ‘망양정’, 펫 비치 ‘구산’까지

동해선 경북 울진 구간엔 7개 역이 들어서 있다. 울진역을 제외하고 6개 역은 무인 역으로 운영한다. 대개 택시 등 차로는 5~10분 거리, 일부 역에서 버스와 도보를 이용한다 해도 10분 이상은 걸어야 바다와 만날 수 있다. 죽변역에서 걸어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봉평해수욕장’이 그나마 가장 가까우나 봉평해수욕장은 현재 연안 지구 정비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 해변의 낭만을 기대하기엔 어렵다. 그럼에도 동해선 울진 구간의 ‘유망주’는 있다. ITX-마음과 누리로 열차 정차 횟수가 타 역에 비해 비교적 많은 울진역에서 가볼 만한 ‘망양정해수욕장’이다. 택시 등 차로는 역에서 5분 거리, 관광객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도보 포함) 이용 시 노선에 따라 15~40여 분 정도 걸린다.

망양정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길지 않지만, 수심이 얕고 수온이 높아 남녀노소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유원지인 ‘왕피천’이 가까이에 있다. 왕피천케이블카(성인 1만원)를 타거나 망양정해수욕장 부근 ‘망양정(望洋亭)’에 오르면 탁 트인 울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은 조선 철종 때인 1860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 세워져 중건·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산책로가 걸어 볼 만하다.

동해선 울진 구간의 최남단 해수욕장인 ‘후포해수욕장’은 후포역에서 택시 등 차로 5분 거리 이내에 자리한다. 거대한 여객선과 선박이 정박한 후포항 부근에 뜻밖에 곱고 부드러운 금빛 모래 해변을 품고 있다. 후포항 주변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여객선 터미널과 어시장, 대게 맛집, ‘등기산스카이워크’ 등 관광 시설이 포진해 시끌벅적하다. 인파를 피해 한적한 해변을 찾는다면 후포항에서 해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해 볼 일이다. 소박한 어촌 마을과 나란히 아담한 해변이 숨어 있다. 바다 전망 펜션과 ‘촌캉스(시골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민박집도 드문드문 자리한다. 

울진 현지 주민들이 추천하는 나곡해수욕장은 흥부역, ‘펫 비치’가 있는 구산해수욕장은 평해역이나 기성역과 가깝다. 

울진군청 해양관리팀 측은 “현지인들이 조용히 찾던 구산해수욕장은 작년에 경북 동해안 최초로 개장한 ‘펫 비치’가 인기”라며 “올해도 운영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다 위 레일을 따라 죽변항 일대의 전망을 감상하는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잠수함을 탄 듯 바닷속 전망대로 들어가 바다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국립해양과학관’의 ‘해중전망실’에 가보고 싶다면 죽변역에서 하차하자.

국립해양과학관 관람 후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는 후정해수욕장을 지나치면 아쉽다. 울진군 내 나곡·후정·망양정·구산·후포해수욕장 등은 7월 18일부터 개장해 8월 24일까지 운영한다.

영덕의 ‘명사 20리’

영덕의 대표 해수욕장인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은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4㎞가 넘는 하얀 백사장 규모에 압도당한다. 해안선 따라 고래불·영리·덕천·대진해수욕장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명사십리’도 아닌 ‘명사 20리’를 자랑한다. 고래불해수욕장은 고래불역을 나와 10여 분 정도 동쪽 방향으로 걸으면 닿는다. 해송 숲 아래 바다를 마주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덕천해수욕장의 ‘고래불국민야영장’은 동해안권 전국구 피서지. 총 148동을 운영하는 야영장은 매해 여름휴가에 앞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고래불’이라는 이름은 고려 말 대학자 목은 이색이 지금의 고래불해수욕장 앞바다에서 고래가 노니는 모습을 보고 ‘고래불(뻘·펄)’이라 부른 데서 연유했다고 전한다. 해수욕장 남쪽 편 상대산 해발 183m 정상의 관어대는 고래불해수욕장과 일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근처의 부흥해변은 영덕의 서핑 명소로 떠오르는 해변. 장사해수욕장의 ‘장사상륙작전전승기념관’(문산호)도 7월 15일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관을 신설해 재개관했으니 코스에 넣어 볼 만하다.

영덕군 내 고래불·대진·장사·오보·경정·하저·남호 등 해수욕장 7곳은 7월 18일 개장해 8월 24일까지 운영한다.

포항 ‘월포역’서 ‘갯마을 차차차’ 해변으로

2021년에 방영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이하 ‘갯차’)>에서 주인공 ‘홍반장’ 홍두식(김선호분)이 종종 서핑을 즐기던 ‘공진 바다’를 기억한다면 ‘월포역’에서 내려 볼 일이다. 역을 나와 동쪽으로 10여 분 직진하면 드라마 속 그 바다, ‘월포해수욕장’과 만난다. 1.2㎞의 백사장 너머 쪽빛 바다에서 홍반장처럼 서핑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월포방파제는 바다낚시로도 유명하다. 해안선 따라 남쪽으로 2㎞ 가면 ‘이가리 닻 전망대’와 ‘이가리 간이 해변’과 만난다. 포항시 내 월포·영일대·화진·칠포·송도·구룡포·도구·신창 등 해수욕장 8곳은 7월 12일 개장해 8월 24일까지 운영한다.

열차 스케줄 확인, 관광 택시 이용도

동해선 구간은 시속 260㎞의 준고속 열차인 ‘KTX-이음’이 투입되기 전까지 신형 새마을호인 ‘ITX-마음’과 간선형 전기동차 ‘누리로’가 오간다. 개통 7개월째, 동해중부선의 무인 역들은 아직 열차 정차 횟수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ITX-마음보단 정차 횟수가 많은 누리로를 이용하는 게 여행 일정을 짜기에 수월하다.

코레일 측은 “동해선 여행이 ‘흥행’하면서, 주말뿐 아니라 올여름 휴가철 예매율도 높다”며 “열차 스케줄은 변경될 수 있으니 코레일 열차 예매 전용 앱인 ‘코레일 톡’을 통해 실시간 확인하길 바란다”고 했다.

무인 역에서 연계할 대중교통도 아직은 부족하다. 짧은 거리는 택시로, 관광을 목적으로 한다면 해당 역을 거치는 시티투어 버스나 해당 지역 지자체가 택시 이용 요금의 일부를 지원(예산 소진 시까지)하는 ‘관광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