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무색할 만큼 젊다

방송인 윤영미는 호기심이 유독 많다. 십 년 넘게 녹내장을 앓아 아침저녁으로 안약을 쓰고 있지만 그녀의 눈빛은 새로움을 발견하느라 흐려질 새가 없다. 오선지의 음표처럼 목에 힘줄이 도드라지고 시선은 언제나 위를 향하며 발꿈치 또한 하이힐을 신은 것처럼 들려 있다. 처음 맛보는 음식, 낯선 여행지, 새로운 일, 첫 대면 등은 그녀 삶의 추진제에 해당하며 그녀를 늙지 않게 하는 영약이 된다.

그런 열망과 동경이 설날 시댁에서의 일정을 뒤로하고 홀로 제주로 떠나게 했으며, 이 일탈은 그녀의 제주 시대를 열게 했다. 귤 밭 한가운데 있는 천장 높은 돌창고가 있는 집을 새로운 안식처로 삼으며 전진하는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홈쇼핑 아침 생방송을 시작으로 오후엔 연합뉴스 여행 강연, 저녁엔 ‘창원 부마음악제’ 진행 등 줄줄이 이어져 있는 스케줄에 따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주 세컨드 하우스에서 얻는 평안과 여유 덕분이다. 더욱이 그녀는 제주 생활에서 소금의 유용함, ‘짠맛의 힘’을 발견하게 됐다.

오랜 쇼호스트 활동과 건강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며 히말라야 핑크 솔트와 프랑스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 소금의 맛과 효능에 대해 익히 알게 됐다. 이어 세화리 해변 오일장에서 구한 제주 천일염을 접하면서 소금은 그녀 생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소금차를 마시며 짠 기운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게 해 숙면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피로와 뻐근함을 가라앉힌다. 향이 피어나는 진한 커피를 즐겨 마셨지만 이제는 소금차가 가져다주는 수수한 텁텁함과 매끄러운 짠맛을 더 좋아하게 됐다. 능력지수와 행복지수가 한창 시절보다 더 높아진 것도 심신을 더욱 편안하게 하는 소금 차의 효능 덕분이다.

소금으로 하는 세안은 그녀의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다. 탈처럼 두꺼운 방송용 메이크업을 지우는 데는 소금 세안만 한 게 없으며 피부 트러블을 가라앉히는 진정 효과도 뛰어나다. 특히 해녀들이 파는 제철 생톳과 한치, 갑오징어를 제주식으로 요리하는 데는 소금을 얼마나 어떻게 넣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신선한 짠맛이 스며 있는 바다 음식을 먹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자 보람이 됐다.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 1세대인 그녀의 후반생은 소금이 불어넣는 활기에 힘입어 한층 흥겨워졌다. 환갑을 넘기면서 아픈 데가 많아졌고 ‘산다는 게 말썽’임을 수시로 겪고 있지만 좋은 기운을 뿜어내는 소금이 집에 그득하다는 사실 만으로도 불끈 힘이 솟는다.

예순둘! 환갑잔치를 끝낸 소감은?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늘 나이를 미리 먹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젊은 나이에 노역을 도맡아 하는 배우처럼 말이다. 언제나 많은 일을 했다. 두 아들의 유학비용을 마련하는 게 만만치 않았고,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느라 새벽부터 밤늦도록 뛰어 다녔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스케줄에 한숨을 쉬면서도 앞으로 이 일이 끊기면 어떻게 하나 하며 겁을 내곤 했었다. 이젠 그렇게 살지 않으려 한다. 성취나 강박,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때가 된 거다.” 

오늘 아침엔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   

“감나무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데 문득 10년, 20년 후에 오늘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들까 싶었다. 오늘의 이 시간이 너무나 그립게 기억될 수 있도록 지금을 마음껏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후회하며 사는 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고 걱정이 많은 건 미래를 먼저 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편하게 살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지금, 현재를 살면 충분히 행복하고 더 건강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소금 중에서도 죽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죽염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죽염을 음식에 넣어서 깊고 특별한 맛을 내곤 한다. 저염식이 다 좋은 게 아니며 질이 낮은 소금을 멀리해야 할뿐 소금 그 자체는 우리 몸에 유용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죽염으로 간을 하면 식재료가 싱싱하게 되살아난다는 느낌이 든다. 죽염으로 간을 한 시원한 김치와 나물에 배어 있는 신선한 짠맛을 아주 좋아한다.” 

소금 세안은 어떤 점이 좋은가. 

“나이가 웬만큼 든 후론 1년 전 사진만 봐도 젊었구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목구비가 분명하고 피부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소금 세안이 좋은 건 오염과 각질을 제거하고 트러블을 가라앉힌다는 점이다, 하얗고 말갛게 씻긴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제주에 이어 새로운 안식처를 물색 중이라던데.

“더 늦기 전에 이탈리아 밀라노로 건너가 장식 미술을 공부해 보고 싶다. 사는 거처와 환경을 바꾸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SNS 시대니까 유튜브나 책 출간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겠고. 제주 생활에 싫증이 나서가 아니라 새로움이 절실해서다. 물론 제주를 떠나겠다는 결심이 완전히 선 건 아니다.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으니 한번쯤은 해외로 나가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싶다. 노마드적인 삶을 살면서 행복해지는 게 꿈이다.” 

부신 호르몬과 세로토닌 호르몬이 바닥이 난 상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소식이 있던데. 

“평생을 무리하며 산 후유증인 셈이다. 지금은 약 먹고 주사제를 맞으면 그런대로 괜찮아지겠지만 나이 여든을 넘기면 자기 삶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가기가 어려워진다. 내 의지대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이 15년쯤 남았다는 건데, 하지만 죽는 게 두렵지는 않다. 내가 알던 많은 사람이 이미 그렇게 떠났으니까. 그런데 15년 후의 일을 지금부터 걱정해서 무엇 하겠나.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