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지구촌 곳곳에서 대홍수가 일어나고 있다. 심각한 가뭄은 식량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금의 기후 문제를 만든 주된 원인은 오래전 산업화를 이룬 부유한 나라들이지만, 피해는 개발도상국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이카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다양한 기후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오염, 데이터로 본다

‘환경위성 공동활용 플랫폼 구축사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보이지 않는 대기오염을 데이터로 관측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아시아 지역의 심각한 월경성 연무오염(한 나라에서 생긴 대기오염이 바람을 타고 다른 나라로 이동해 피해를 주는 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코이카는 이를 위해 한국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와 4자 협력했고, 여기에 태국,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8개국이 동참했다.  

코이카는 2020~2024년 참가국에 ‘판도라 아시아 네트워크(PAN)’라는 환경위성 공동활용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환경위성과 각국에 설치한 총 20대의 지상원격 관측 장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대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그동안 대기오염 문제에 비체계적으로 대응하거나, 선진국 자료에 의존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스스로 자국의 환경 상태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코이카는 87명의 환경 전문가를 한국에 초청해 연수를 실시했고, 이들은 현재 자국에서 정책 수립과 현장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기후취약 데이터맵 구축

‘필리핀 미마로파 지역 기후복원력 강화사업(2019~2024년)’도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미마로파 지역은 주로 농사에 의지하고 있지만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시장이 근처에 부족하고, 농산물을 가공·유통하는 체계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농민은 늘 가난에 시달렸다. 게다가 태풍과 홍수 같은 기후 재난이 자주 발생했지만 정부의 도움이 충분하지 않아 연간 농업 피해액은 약 7600만달러에 달했다. 

이에 코이카는 한국의 IT 기술을 활용해 농업 분야의 기후 취약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맵’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농업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지원했다. 또한 소규모 농산물 가공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고 주정부 농업지원센터를 새로 세웠다. 

코이카는 이 시설들을 정부나 외부 기관이 아닌 지역 농민조합이 직접 운영하게 해 농민들이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농민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게 되었고, 재정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업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협력 모델로 주목받았다. 

국립공원 통합 모니터링 ‘숲속의 눈’

도미니카공화국은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핫스폿(생물 지리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으나 현재 심각하게 훼손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지역)이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산호초가 죽는 등 생태계 파괴가 심화되며 관광 산업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수립해 대응했지만 실행을 위한 재정과 시스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코이카는 2023~2028년 ‘도미니카공화국 ICT 기반 국립공원 기후변화 모니터링 역량 고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립공원에 자동 변화 감지 센서와 미기상 관측 장비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클라이밋가드(Climateguard)’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립공원 관리자와 실무 인력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시민 활동가를 양성해 지역 주민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또한 ‘바이오-블리츠(Bio-Blitz·주변 생물을 찾아 기록하는 생물다양성 탐사)’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국립공원 내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쓰레기, 자원이 되다

히말라야의 관문으로 불리는 네팔의 대표 관광도시 포카라시는 도시화와 관광객 증가에 따라 폐기물 양이 급격히 늘면서 도시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일회용품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데, 표준화된 폐기물 관련법이 없어 수거와 처리 방식이 비효율적인 점이 문제를 키웠다. 

코이카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3~ 2029년 ‘네팔 포카라시 리사이클·업사이클 플랫폼 및 친환경 시범마을 구축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그린벤처존’이라 불리는 종합 폐기물 재활용 복합시설이다. 

바순다라 공원에 세우고 있는 이 시설은 단순 폐기물 처리 시설이 아니다. 코이카는 이곳에 환경 관련 전시관은 물론이고 교육·체험·놀이 공간, 예술 공방 등을 마련해 환경 문제를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는 거점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이곳을 관광 명소로 활용해 입장료, 대관료, 카페·식당 운영 매출 등의 수익을 올려 사업 종료 후에도 안정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국경을 넘는다

코이카는 한국의 환경기술력과 정책 노하우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협력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국경을 넘지만, 대응 역시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손송희 코이카 기후환경·경제개발팀장은 “앞으로도 우리의 노하우에 더해 AI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혁신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