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겸상을 하지도 못하던 가부장적인 시절, 사랑하는 아내·딸과 같이 밥을 먹기 위해 모친과 등을 돌린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원양어선에서 뛰어내려 바다를 헤엄쳐 오기도 한다. 무쇠처럼 단단한 순애보의 주인공, 양관식이라는 인물이 평생 묵묵하게 보여준 사랑의 방식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있다.

양관식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시절부터 짝사랑하던 애순의 곁을 평생 지켜주는 무쇠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작품의 굵은 줄기인데 박보검이 청년 양관식을, 박해준이 중년 이후를 연기했다.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하고 가족을 지켜내는 양관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현실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모두가 자신 곁의 양관식을 떠올리며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낀다. 이런 반응을 끌어내게 된 데는 그 역할을 연기한 배우의 몫이 크다. 사랑하는 애순을 지키기 위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양관식을, 박보검은 자기만의 깊은 해석으로 선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폭싹 속았수다>에 푹 빠져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모든 대사와 장면이 마음을 훅훅 건드린다. 음악도 그렇다. 감독님께서 어떻게 선정하셨나 싶을 정도로 좋은 노래가 많다. 리뷰 영상도 잘 보고 있다. 재미나게 리액션들을 해주시는데 그런 콘텐츠를 보면서도 울컥한다.”

인생 첫 아빠 연기는 어땠나.

“도전이었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역할을 잘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었지만, 대본이 너무 좋아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막상 해보니 현장에서 아기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즐겁더라. 특히 아기 배우들과 동행한 부모님들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촬영 현장이라는 게 동일한 시간과 환경이 주어지는 게 아닌데, 그걸 위해 멀리서 오는 배우님들도 있었다. 아이가 잘 나왔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떠올리게 됐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관식과 애순도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할까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도대체 어떤 대본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극찬하나. 

“그 시대를 안 살았는데 공감이 되는 게 신기했다. <응답하라 1988>도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글을 읽고 이해가 되는 게 신기했는데, 이번에는 1960년대 이야기를 보면서 같은 마음이었다. ‘어쩜 이런 글을 쓰셨지? 책으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글을 읽으면 풍경이 그려지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났다. 그런 작품 속에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런 글을 쓰는 임상춘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촬영할 때 따로 만난 적은 없고 대본 리딩 때 만났다.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신비주의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고 드러내는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는 게 맞을 것 같다. 자신보다는 배우들이 빛나기를 바라는 성정이 따뜻한 분이다. 

박보검 출연 분량이 너무 적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그래서 감사하다. ‘관식이라는 인물을 좋아하고 계시는구나’ 느껴져서. 작가님의 글의 힘이 컸다. 읽으면서도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멋있다고 느꼈다. 아쉬운 마음에 까까머리의 관식과 똑단발 애순의 모습을 더 길게 보여줬으면 어떨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들의 인생 전체를 다룬 이야기라 이 정도 분량으로도 감사했다.”

관식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관계들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관식이 현실에도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관식을 통해서 많이 배웠는데, 바로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어딘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보검이 관식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나는 관식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사랑을 할 때도 적극적인 편이고 표현도 직접적으로 해주는 편이다. 배우고 싶은 건 올곧은 성정과 성실함이다. 꿋꿋하고 우직한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 관식은 글로 읽었을 때 멋있다고 느꼈는데, 작품으로 보니까 더 멋있게 느껴졌다.”

군 전역 이후 첫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성장하고 달라진 것은 뭔가.

“캐릭터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하고 싶은 범주가 넓어졌다. 지금은 30대인 데다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인물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치가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점점 담대함이 생긴다. 지금 하는 활동이 재미있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여러분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폭싹 속았수다>를 인생작이라고 손꼽는 시청자들이 많다. 박보검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작가님 글이 좋아서 필모그래피에 남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에 참여했는데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작품이 됐다. ‘함께하길 잘했다.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면서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많은 분들이 <응답하라 1988>은 겨울이 되면 꺼내어 보시더라. <폭싹 속았수다>도 봄이 올 때쯤 다시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력 칭찬이 쏟아진다. 앞으로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역할의 범위, 범주, 직업이 다양해지는 것 같다.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나 역할에 접근하는 마음도 깊고 넓어져서, 앞으로 보여드릴 역할이 기대된다. 동시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보검 씨, 새로운 모습이네요!”라는 말을 계속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