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가와 히데코 선생은 프랑스 요리 셰프인 아버지와 플로리스트인 어머니 아래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와 요리를 배웠다.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과 스페인,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구평가원, 육군사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 덕분에 히데코 선생의 요리 교실인 ‘구르메 레브쿠헨(Gourmet Lebkuchen)’은 요리뿐 아니라 요리와 식재료에 담긴 문화적 배경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산 지 어느덧 30년이 되었습니다. 20대 후반에 시작한 서울 생활은 늘 바쁘고 열정 넘치던 나날이었어요. 학생으로, 대학 강사와 번역가로, 그리고 결혼과 육아, 학부모 역할까지 쉼 없이 이어오다 마흔에 들어서며 요리 교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국이라는 땅에 확실히 뿌리내리게 해준 바탕이자 지금 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요리 교실이었지요.”

요리연구가로 활동한 10여 년 동안 히데코 선생은 다양한 장르의 요리책을 출간했다. 《TAPAS》, 《지중해 요리》, 《히데코의 사적인 안주 교실》 등의 요리책과 《셰프의 딸》, 《맛보다 이야기》, 《나를 조금 바꾼다》, 《아버지의 레시피》, 《음식과 문장》 등의 에세이집이 있다. 책은 물론 SNS나 온라인의 긴 글을 읽기에도 벅차하는 요즘 시대에 자신의 요리를 또 인생을 꾸준히 기록하고 책으로 남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그냥 제가 요리책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특히 예쁜 요리 사진이 담긴 책은 저자의 인지도와 상관없이 사서 봐요. 외국 여행을 가서도 서점에 들러 꼭 요리책을 사올 정도로요. 두 번째는 활자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SNS 활동을 하고 영상을 찍기도 하는데 그것들은 강력하면서 특히 순간적인 힘이 강하다면, 책은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는 특별한 기록이기에 느리지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더 정확하고 정성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지요. 세 번째는 책은 저의 정체성을 찾는 하나의 통로예요.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일본을 떠나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살면서 저에게는 제 자신이 일본에도 한국에도 온전히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런 불안감이 저로 하여금 꾸준히 책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책을 통해 저는 ‘나 히데코는 이런 요리를 하며 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그로부터 얻는 즐거움과 성취감은 저에게 계속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요.”

올 초 그녀는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 히데코 스타일의 친절한 일본 요리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어머니의 손맛에서 시작하여 오랜 연구 끝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탄생한 다양한 일본 요리 레시피가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책은 남편 박병진 대표와 함께 직접 설립한 출판사 북스 레브쿠헨의 첫 번째 책이자 개인 출판 레이블 ‘HIDEKO’S TABLE(히데코스 테이블)’의 시작을 알리는 첫 책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가족을 위한 집밥만큼은 꼭 일본 요리로 차리셨어요. 어머니표 일본 요리는 정말 간단하면서도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정통 스타일이었고요. 일본 요리를 특별히 배운 적이 없는 저에게는 이런 어머니의 손맛이 일본 요리의 바탕이자 기초가 되었어요. 가끔 어머니표 오이 절임이나 가지 미소 구이가 문득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따라 만들어보는데, 그 맛이 어머니 맛과 같다고 느껴질 때는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어요. 이번 책은 일본 요리는 어쩐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일본 요리의 기본을 익히고 지금까지 한국의 이자카야나 스시집, 오마카세 요릿집 혹은 일본 여행에서 먹어본 요리를 집에서도 더 손쉽게, 더 자유롭게 만들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낸 책이에요.”

요리는 생활 속에서 소중한 윤활유가 되어준다고 말하는 그녀는 어디에 있든 요리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목밥

“오목밥은 이름대로 다섯 가지 재료가 들어갑니다. 뿌리채소를 정성껏 채 썰어 넣고 유부나 닭고기 등 육류, 새우나 조개 등 해물을 넣어 밥맛을 살려줍니다. 저는 다시를 사용했지만 재료와 양념이 하나하나 풍부한 맛을 내는 만큼 다시 대신 물을 넣어도 충분히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기본 재료(2~3인분) 쌀 300g, 건표고버섯 5개, 연근·당근· 우엉 50g씩, 유부 3장(또는 닭고기 안심살 100g이나 새우살 100g), 식용유 1큰술 

양념 재료 가다랑어포 다시 300㎖, 연한 간장·미림 2큰술씩. 소금 ½작은술, 표고버섯 물 2큰술 

고명 참나물 줄기(또는 미나리 줄기) 적당량

만드는 법 1 쌀을 씻어 15분 정도 물에 불린 뒤 체에 받쳐 15분간 물기를 뺀다. 2 건표고버섯 기둥을 떼고 미지근한 물에 반나절 정도 불린다. 이때 버섯 불린 물은 양념용으로 남겨둔다. 3 연근과 당근, 우엉은 껍질을 벗겨 가늘게 채 썰고, ②의 불린 표고버섯은 0.5㎝ 두께로 슬라이스한다. 4 유부는 채소와 비슷한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3초 정도 데쳐 물기를 짠다. 5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 채소와 유부를 넣고 볶다가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끓인다. 6 ⑤가 한소끔 끓으면 체에 건더기를 거르고 국물은 따로 담아둔다. 7 밥솥에 ①의 쌀을 넣고 ⑥의 국물에 ②의 표고버섯 불린 물을 더해 총 300㎖가 되도록 분량을 맞춘 후 밥솥에 붓는다. 8 쌀 위에 ⑤의 볶은 채소와 유부를 얹고 ‘무압’ 또는 ‘쾌속’ 기능으로 밥을 짓는다. 9 밥을 그릇에 담고 참나물 줄기를 1㎝로 길이로 잘라 올린다.

조개 주꾸미 스미소 무침

“스미소는 시로 미소를 사용하는 누타와는 또 다른 맛을 지니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봄이 오면 산초나무(한국의 초피나무)의 새순을 절구에 갈아 입맛에 맞게 미소와 식초로 맛을 내어 스미소아에를 즐겨 만듭니다. 이 레시피에서는 시기상 초피 순을 구하지 못해 초피 열매로 대체했어요. 봄의 바다와 산에서 온 보석 같은 식재료와 초피 순을 스미소 소스에 버무려보세요”

기본 재료(4인분)모시조개 800g(또는 바지락 600g), 해감용 소금물(물 1ℓ, 소금 2큰술), 청주 100㎖, 주꾸미 4마리(100g), 풋콩(에다마메) 1컵, 두릅(또는 아스파라거스) 6개, 방울토마토 8개, 소금 적당량 

초피 스미소 재료 초피 열매 1큰술, 미소 4큰술, 쌀 식초 3큰술, 머스코바도 설탕 2큰술, 다시마 다시 1큰술

만드는 법 1 모시조개를 씻어 해감용 소금물에 담가 은박지를 덮어 30분 이상 둔다. 해감 후 한 번 더 깨끗하게 씻는다. 2 냄비에 해감한 모시조개와 청주, 소금을 약간 넣고 입이 열릴 때까지 찐다. 조개의 입이 열리면 그대로 식혀 조갯살만 분리한다. 3 주꾸미의 내장, 항문, 입을 제거하고 끓는 물에 넣었다가 색이 하얗게 변하면 건져내 얼음물에 넣어 식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끓는 물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풋콩을 2분간 데친 다음 차가운 물에 담가둔다. 같은 냄비에 손질한 두릅을 넣어 1분간 데치고 건져내 그대로 식힌다. 5 방울토마토 꼭지를 떼고 세로로 반 자른다. 6 초피 열매를 잘게 다져서 볼에 넣고 나머지 초피 스미소 재료와 섞는다. 7 ⑥의 초피 스미소에 조갯살, 주꾸미, 풋콩, 두릅, 방울토마토를 넣어 버무린 뒤 그릇에 담는다.

전갱이 초절임 샤인머스캣 샐러드

“대부분 회로 접했을 법한 고등어 초절임인 시메 사바는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 재워두었다가 식초에 절이는 요리인데, 이번에는 같은 조리법으로 전갱이를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샤인머스캣과 적양파, 허브로 샐러드를 만들어 올리면 간단한 손님 접대 요리로 좋고 술안주로도 제격입니다. 시중에 파는 고등어 초절임을 활용하면 더욱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어요.”

기본 재료(3~4인분)전갱이 횟감 300g, 소금·올리브유 적당량씩, 허브(또는 딜, 처빌) 약간 

전갱이 초절임 재료 소금 2큰술, 영귤 즙 ½개 분량, 쌀 식초 적당량 

적양파 샐러드 재료 적양파 ½개(100g), 셰리식초(또는 레드 와인 식초) 2큰술, 소금 ½작은술, 설탕 작은술, 후춧가루 적당량 

샤인 머스캣 샐러드 재료 샤인머스캣 10알, 화이트 발사믹 식초 1큰술, 어간장 ½작은술

만드는 법 1 전갱이는 포를 뜬 후 소금을 넉넉히 깐 사각 트레이에 껍질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올리고 생선이 완전히 덮이도록 소금을 뿌린다. 트레이를 랩으로 덮어 냉장실에 20분 정도 둔다. 2 ①의 전갱이를 꺼내 소금기를 씻어내고 키친타월로 감싸 물기를 제거한다. 3 전갱이를 사각 트레이에 가지런히 담고 생선살이 모두 잠길 정도로 쌀 식초를 부은 다음 소금, 영귤 즙을 넣어 약 5분간 재운다. 4 ③의 전갱이 표면이 하얘지면 꺼내어 물기를 닦아 먹기 좋은 두께로 자른다. 5 적양파는 잘게 다지고 나머지 재료와 섞어 샐러드를 완성한다. 6 샤인머스캣은 껍질째 가로로 반으로 잘라 나머지 재료와 섞어 샐로더를 만든다. 7 그릇에 ④의 전갱이 초절임을 담고 적양파와 샤인머스캣 샐러드를 고루 얹는다. 8 ⑦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허브를 올려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