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바람 불어와도 나와 함께 우산을 쓰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나와 함께 살아갑시다.’ 2월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 무대 위에 선 송가인이 신곡 ‘평생’을 열창했다. 특유의 감성이 짙게 느껴지는 노래는 2년 10개월 만에 내놓은 송가인의 정규 4집 <가인;달>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송가인이 처음 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4집 앨범 공개 2시간을 앞두고 마련된 쇼케이스 현장이다. 정성스럽게 무대를 마친 송가인은 너무 떨린다면서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앨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많은 무대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날 유난히 긴장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월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를 떠난 송가인은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홀로서기 이후 처음 내놓는 앨범인데다 본인이 직접 앨범 작업의 많은 과정에 참여해 각별한 마음이 크다.  

<연가(戀歌)> 이후 2년 10개월 만의 정규앨범이다.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해야 할지 어려울 정도로 좋은 곡이 많아서 선곡을 위해 듣는 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작곡가들에게 연락을 드리고 회사에서도 신경을 잘 써주셔서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에는 앨범 제작에 직접 참여해 마음이 더 각별하겠다.

“새 기획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앨범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방금 부른 ‘평생’이라는 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곡이다. 직접 작사를 해보니 (과정이) 보통이 아니더라. ‘그동안 회사가 진짜 힘들었겠구나’ 생각하면서 많이 느끼고 깨달았다. 최대한 다양한 곡들로 구성하고 싶어서 여러 장르를 담아봤다.”

‘평생’은 팬들을 위한 노래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동안 ‘팬 송’을 만들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콘서트 때 이 곡을 부르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 혼자 상상하면서 가사를 썼다. 내가 노래를 부르고 그걸 듣는 팬들이 감동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밝은 노래라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컥울컥한다.” 

그래서 가사에 팬클럽 ‘어게인’ 삼행시도 넣었나? 팬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어딜 가든 함께인 당신 / 계속 함께하고 싶은데 / 인생의 가장 소중한 내 벗님들이여 나와 함께 살아갑시다’라는 부분이다. 팬클럽을 생각하면서 가사에 넣어봤다.”

타이틀곡 ‘아사달’은 어떤 노래인가. 드라마 <정년이>에 나온 아사달과 연관이 있나?

“드라마 나오기 전에 만들어진 곡이다. 1~2년 전에 이 곡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안 와 닿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작업하면서 다시 들어 보니 너무 좋더라. ‘이 곡이다’ 싶어서 선택했다. 경주 불국사 석가탑을 만드는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절한 설화를 모티프로 만든 곡이다. 아사달이 왕의 부름을 받고 석가탑을 만들러 가는데 아사녀가 연못에서 님을 기다리다가 생을 마감 하는 이야기다. 노랫말이 너무 슬펐고, 그 어떤 곡보다 깊게 몰입 되었고, 감명 깊은 곡이라 선택했다.”

왜 이번에 더 와 닿았는지 궁금하다.

“처음 곡을 보내주셨을 때는 내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신곡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이기도 해서 건성으로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당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이번에 같은 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좋은 곡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라고 반문했었다. 제대로 듣고 연습하면서 ‘이 곡을 진작 받아서 했어야 했는데’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이런 대곡을 받아서 너무 영광이다.”

<가인;달> 초동 판매만 2만 장…

전곡 차트인

송가인의 정규 4집 <가인;달>은 여자 트로트 가수 중 최초로 초동 판매량 2만장을 넘기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발매와 동시에 전곡 차트인은 물론 유튜브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타이틀곡 ‘아사달’ 뮤직비디오는 공개 4일 만에 조회 수 100만뷰를 돌파했다. 배우 한지현과 이종현이 연기한,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그려져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서 ‘아사달’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19위(2월 13일 오후 9시 기준)에 랭크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대선배 심수봉과의 작업도 화제다. 어떻게 연이 닿았나.

“‘눈물이 난다’라는 곡을 함께 작업했다. 선생님께 무작정 찾아갔다. 집이 1분 거리라 인연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나서 곡을 받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마침 곡을 써놓은 게 있다고 하셨다. 내가 선생님께 곡을 받은 첫 번째 후배다. 무명시절 선생님은 나의 롤 모델이었다. 항상 선생님 노래를 듣고 공부했었는데, 이렇게 명곡을 물려받아서 너무 감사하다.” 

곡 작업은 어땠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곡도 주고 맛있는 커피도 타주시고(웃음). 원래 커피를 못 마시는데 ‘커피 맛집’일 정도로 너무 맛있더라. 일대일 레슨도 해주셨다. 곡 작업도 하고 바쁘실 텐데, 레슨을 한두 시간씩 계속 해주셨다. ‘이런 복 받은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영광이었다. 녹음실에서 디렉팅을 해주실 때는 즉석에서 코러스를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해주셨다.”

왜 본인에게 곡을 주셨는지 이유는 들었나?

“원래는 이 곡을 조카 손자인 가수 손태진에게 주려고 했다가 안 어울릴 것 같아서 그냥 갖고 계셨다고 하더라. 내가 정말 복 받은 사람 1위인 게 그동안 곡을 달라는 후배들이 없었다고 하셨다. 용기를 내서 먼저 말한 사람이 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으로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웃음).” 

작업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어려웠다. ‘과연 내가 이 노래를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레슨을 받아보니 내가 쓰던 창법이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야겠더라. 선생님께서 “힘을 빼라”, “말하듯이 편하게 해라”고 조언해주셨다. 힘을 주면서 세게 노래하는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쉽게 안 고쳐졌다. 최대한 힘을 빼고 곱게 부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시고 선생님께서 ‘송가인 천재’라고 칭찬해주셨다.”

바뀐 창법은 마음에 드나?

“그 창법으로 노래를 했더니 목에 무리가 안 가고 힘도 덜 들더라. 이렇게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으시는 분들은 호불호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보여줬던 창법이 아니라서 “송가인스럽지 않다”는 분들도 계시고, “힘 빼고 편안하게 부르니 듣기 좋다”는 분들도 계신다. 다행히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 

트로트 여제로서의 무게감이나 부담감은 없나.

“트로트 부흥기지만 남자 가수들의 활약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라 묻는다. 팬덤은 여자 가수가 남자 가수를 못 따라가는 것 같다. 그 속에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트로트 오디션에서 처음으로 이슈가 되어서 무게감과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 그래서 후배들을 이끌어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실제로 후배들이 나를 보고 있으니까. 내가 먼저 잘 됐으니 후배들을 이끄는 선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커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지나간다고’라는 노래는 가사가 눈에 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건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힘들고 슬픈 일은 모두 지나간다’는 가사로 된 노래다. 듣고 힘내시라고, 위로를 건네는 곡이다. 무명 때는 무명인지도 모르고 시간이 지났던 것 같다. 그때는 항상 ‘지금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힘든 일도 많을 거야’,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다짐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시간을 버텼다.”

정규앨범을 쭉 살펴보니 정통 트로트에 대한 애정이 전해진다.

“정통 트로트는 나와 뗄 수 없는 장르다. 트로트 하기 전에 판소리를 해서 그런지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판소리와 트로트는 비슷한 점이 많다. 세미 트로트나 다른 장르보다는 정통 트로트가 내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고,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