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시렁》 

  윤성중 지음｜안온북스｜1만7800원 

월간《산》 윤성중 기자는 ‘느린’ 사람이다. 헐렁한 바지를 입고 매사에 바쁘지 않은 듯 신선처럼 돌아다니고, 말의 속도나 억양도 언제나 느긋하고 일정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누구보다 ‘빠른’ 사람이다. 그는 달리기를 곧잘 한다. 그것도 산에서 달리기를 말이다. 그제야 그가 ‘산 기자’라는 사실을 떠올리곤 한다. 

그가 《등산시렁》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산 잡지 기자가 등산이 싫다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의문은 책을 몇 장 읽어보면 금세 풀린다. 그는 ‘등산만 하고 오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서먹한 사람과 산행하기, 나무나 달팽이에게 말 걸기, 브라톱 입고 달리기, 소리 지르며 달리기 등 ‘무한도전’에서 볼 법한 아이템을 들고 산으로 향한다. ‘산에서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하자면 이 책은 ‘산에 가서 등산만 하고 오는 건 싫은 남자의 등산 중 딴 짓 이야기’이다. 

일상에 치여 사는 삶, 우리는 무의식중에 “빨리, 빨리”를 외친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느리게’를 실천한다. 글을 읽으며 우리가 그냥 지나치던 사소한 존재와 감정을 발견하게 되는 희열은 대단하다. 그는 산에서 할 수 있는 장난기 가득한 질문을 쏟아내며 ‘느림의 미학’을 독자와 공유한다. 책에서 그는 독자에게 ‘산을 좋아하냐’고 반복적으로 묻는다. 이것은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산에 다닌 ‘윤성중’이란 사람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신을 탐색하는 질문들은 독자에게도 나를 둘러보게 하는 힘이 있다. 

산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는 가끔은 철학적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킥킥대며 웃을 수 있을 만큼 일상적인 언어다. 여기에 그가 직접 그린 ‘성중스러운’ 그림은 이불 속에 있는 이들에게 ‘산에 한 번 가 볼까’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