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조너선 라슨(1960~1996)은 뮤지컬 <렌트>의 공연 개막 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브로드웨이의 전설이 됐다. <렌트>가 정체 모를 질병이 휩쓸던 세기말 뉴욕 예술가들의 꺾이지 않는 꿈을 노래했다면, 라슨의 유작인 <틱틱붐>은 전도유망하다는 평가 외에는 아무 것도 소유한 게 없는 뮤지컬 작곡가의 불안을 담고 있다. 제목은 시한폭탄 초침 소리처럼 서른 살 젊은 예술가의 미래에 대한 초조와 두려움을 청각적으로 상징한다.

신시컴퍼니가 1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 이번 프로덕션은 마치 창작 초연 작품인 듯 완전히 새롭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맛깔나는 번안으로 이름난 번역가 황석희가 연극적인 대사와 가사의 말맛을 살려 보완했고, 3인극인 원작에 앙상블 배우 5명을 함께 무대에 올리면서 노래와 음악도 더 풍성해졌다. 가로, 세로, 높이 모두 6m를 넘는 커다란 정글짐 같은 회전무대에 효과적인 조명 사용과 역동적인 안무가 어우러져 강약의 리듬감까지 입혀졌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한국 창작진만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서른이 됐는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 그다음엔 어떻게 할 건데?” 배우의 꿈을 접고 마케팅 회사 임원으로 성공한 친구와 이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여자 친구가 물을 때, 주인공의 마음은 “모두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 나만 계속 벽에 머리를 쿵쿵 처박고 있는 것” 같다. 그 마음은 빨리도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30/90’ ‘노 모어’ 등 앤드루 가필드 주연의 동명 넷플릭스 영화로도 익숙한 노래들은 더 없이 감미롭고 경쾌하다. 배두훈, 장지후, 이해준, 방민아, 김수하, 김대웅, 양희준 등 30세의 치열함을 무대에서 겪은 30대 배우들의 진실과 매력이 새로운 감동을 가져다준다. 

 info 

일정 ~2. 2(주중 7시 30분 / 토일 2시, 6시 30 / 월 공연 없음)  

공연장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티켓VIP 11만원 / OP 11만원 / R 9만원 / S 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