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록산 게이 지음｜최리외 옮김｜문학동네｜2만2000원

논쟁적 사안에 거침없이 말을 얹는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소설가인 록산 게이(Roxane Gay)의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그녀가 미국의 정치·사회·문화 이슈에 영향을 미친 지난 10년의 기록이 마침내 출간됐다. 책에 수록된 66편의 칼럼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하퍼스 바자》, 《마리끌레르》 등의 패션 잡지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펼쳐진 그녀의 필력을 확인하게 한다.  

록산 게이는 “나는 의견이 많은데 이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기질”이라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물론 그녀라고 매사에 의견이 있는 건 아니다. “때로 사람들은 나를 의견 자판기 취급”한다며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의 다양함, 정치인 비판부터 셀러브리티와의 대화까지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은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이다. 록산 게이는 자신이 속한 자리, 즉 아이티계 흑인이라는 뿌리, 교수라는 지위,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그리고 몸집이 큰 여자이고 강간 피해자인 점 등 자신의 진실을 매우 소중히 여기며 논쟁과 주장을 이어간다. 비난받아 마땅한 이들에 대해서도 신중한 숙고를 거쳐 적확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글을 쓴다. 그녀의 글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책은 ‘미국의 분열된 정치 환경’을 큰 주제로 다룬다. 그녀는 솔직하게 “그 균열이 회복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들과 이를 경멸하고 비난하려는 사람들로 분열돼 있다”고 꼬집는다. 정체성 정치, 흑인 인권 시위 ‘BLM(Black Lives Matter)’ 등을 집중 조명한다. ‘ 페미니스트 전사’ 같은 이미지에 겁먹지 마시라. 마지막 장에는 《뉴욕타임스》에 연재한 ‘록산에게 물어보세요’ 코너가 실렸다. ‘내 삶에도 평생의 사랑이 있을까요?’ 같은 질문에 따스한 답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