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한소희

거침없이 한소희

글 : 임언영 여성조선 기자  |   사진 : 넷플릭스

한소희는 아직도 <경성크리처> 안에 머물러 있었다.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품 속 인물 윤채옥처럼, 털털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배우로서의 행보 역시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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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나누다가 몇 번이고 한소희를 뚫어져라 바라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외모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인 무언가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선 강약과 리듬이 느껴지는 말솜씨에 논리적인데다 유머와 재치까지 갖췄다. 투명하리만치 하얀 얼굴은 수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온몸을 사용하는 제스처도 다채롭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소희는 내내 진심으로 말한다. 어떤 질문에도 진지하고 솔직하다. 그게 의도된 것이 아닌 몸에 밴 것이라는 것은 대화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대중 앞에 선 배우로서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수많은 배우들이 그런 ‘스스럼없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한소희에게 독보적이라는 수식을 써도 무방할 것 같다.


파트1과 2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로 마련된 인터뷰 자리.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일본군의 비밀스러운 실험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이번 작품에서 한소희는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소문난 토두꾼 윤채옥 역을 맡아 연기했다. 뛰어난 액션부터 섬세한 모정이 느껴지는 감정 연기까지, 배우 한소희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는 중이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진 촬영이라서인지, 아니면 우리 아픈 역사의 여운 때문인지 한소희는 여전히 작품 속에 머물러 있었다.



작품은 재미있게 봤나요? 어떤 피드백이 가장 힘이 나던가요.

개봉하던 날 혼자 봤어요. 같이 보면 너무 떨릴 것 같아서(웃음). 채옥이가 태상에게 “나는 나의 길을 갈 테니 너는 너의 길을 가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태상도 채옥이 가는 길을 막지 않아요. 그런 점들이 오히려 더 크게 사랑으로 다가왔다는 의견들이 좋았어요. 왜냐면 우리(배우 및 제작진)가 생각한 게 딱 그거였거든요. ‘로맨스라고 해서 사랑하고 포옹하고 키스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위해 놓아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런 반응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파트1 공개 이후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고, 댓글 성지가 됐습니다.(안중근 의사 사진과 함께 올린 게시글에 일부 일본 네티즌이 ‘언제까지 사과를 해야 하냐’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고 대화의 장이 펼쳐졌다.)

파트1 공개가 되고 나서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다른 쪽으로 의견이 흘러가는 것 같아서 ‘이게 이런 의미로 흘러가면 안 되는데’ 생각하다가 올렸어요.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러브스토리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성향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 집중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댓글에서 난리가 났다는데, 일본어라서 내용은 잘 몰라요(웃음).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면 없어 보일 수 있는 데, 저는 제 개인 공간에 제 뜻을 올린 거예요. 파급력을 생각하고 계산하고 올리지는 않았어요. 반응들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모든 걸 존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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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경성 우리 모두는 그 시대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


<경성크리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한소희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시절을 참고 견디고 살아왔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 누구도, 어떤 이야기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시대를 겪지 않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오”라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출연 부담은 없었나요? 

그걸 의식해서 연기로서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글쎄, 제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소재도 아니잖아요. 일단 소속사 대표님이 굉장히 추천을 하셨고(웃음), <스토브리그> 감독님이 연출하시고 강은경 작가님이 집필하신대서 출연하게 됐어요. 작가님은 <부부의 세계> 때 인연이 있어요.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자기가 키운 자식처럼 보는 게 있으시죠(웃음).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저 많이 성장했어요’라고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쥐뿔도 아니었을 때부터 지켜보신 작가님과는 깊은 유대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괴물이 된 엄마를 바라보는 감정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오로지 상상만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초록색 배경의 크로마키 촬영이 처음이었는데, 스턴트맨 선생님들이 초록색 쫄쫄이를 입고 시선을 맞춰 주셨어요. 눈만 마주치면 웃음 참기의 시작이었어요(웃음). 괴물이 된 엄마가 어떤 형태로 있는지 감독님께 사전에 여쭤봤고, 레퍼런스를 보여주셔서 상상하면서 연기했어요.


<경성크리처>를 통해 개인적으로 달라진 생각이 있나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오는 답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던 사람은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거예요. 어림짐작으로 그 시대를 산 사람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드라마를 보는 건데, 그 선택이 잘못됐다 잘했다 하는 건 겪어보지 않고 하는 말이잖아요. 그건 제가 봤을 땐 그 시절을 참고 견디고 살아왔던, 한때 독립운동을 했던, 그 시절을 견뎠던 사람들에게 굉장히 무례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 하는 대사 중 하나가 태상의 “이 시대를 겪지 않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오”예요.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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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한소희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위에 한 명 있을 것 같은 동네 언니”

 

한소희는 인기가 많다. 특히 젊은 세대가 열광한다. 가장 선망하는 외모를 가진 20대 배우 중 한 명으로 지목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스타로도 우뚝 섰다. 블로그와 SNS를 통해서 팬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것도 높은 인기의 이유 중 하나다.


인기가 많아지고 달라진 일상이 있나요?

달라졌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저는 똑같아요. 그냥 똑같이 살아요(웃음). 평소 마스크도 안 끼고 다녀요. 친구들 만나서 바닥에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블로그나 SNS 속 한소희는 거침없고 자유로워 보여요. 실제 본인의 모습이겠죠?

저는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제일 싫어해요. 블로그를 쓸 때도 감정적이지 않고 깔끔하고 간결하게 할 말만 해요. 그리고 저는 법 안에서만 해요(웃음).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선에서 솔직해요. 그래서 더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 마시는 게 법을 어기는 행위는 아니잖아요.


팬들이 한소희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모르겠어요. 굳이 설명해 보자면 동네 언니 같다는 댓글이 많아요. ‘내 친구도 딱 저런 성격인데’ 이런 느낌. 뭔가 주위에 한 명 있을 것 같은 느낌(웃음). 그리고 (팬들이) 뭔가 제 삶에 공감을 잘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일 나가기 싫은데 나가야 하니 억지로 몸 일으켜서 나가고 그런 걸 가감 없이 소통하니까요. “언니, 진짜 오늘 힘들었어요”라고 말을 걸어오면 “먹고는 살아야 되잖니” 이런 식으로 소통하니까 팬들이 털털하다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목표가 궁금해요.

감히 제가 연기라는 영역에 뛰어들었으니 여기서 끝을 보고 싶어요. 끝이라는 게 어디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연기라는 게 저에게 너무 좋은 에너지를 주고 아직은 너무 재미있어요. 또 제가 부족한 게 많아서 더 연구하고 탐구하고 노력하고 싶고요. 또 다른 자신을 보여주고 싶기도 해요. 연기가 미술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게, 미술 할 때도 나를 표현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거든요. 연기는 일차원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길이잖아요.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거라서 재미있고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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