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미스춘향 진 김정윤

아름답고 총명한 고전 속 여주인공의 글로벌한 재림

미스춘향 진 김정윤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   사진 :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94년 역사의 <남원춘향제>가 올해도 주목할 만한 인물을 탄생시켰다. 스무 살 ‘미스춘향 진’ 김정윤이 그 주인공이다. 환하게 빛나는 그녀가 들려주는 남원식 사랑은 깊고 섬세해서 더 끌린다.

2407_05_4.jpg

 

가장 춘향다운 ‘미스춘향’의 등장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스춘향 진에 오른 김정윤은 한국 최고의 전통 미인이 쓰는 면류관보다는 발레리나의 티아라가 더 잘 어울리는 모던함을 지니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춘향의 고장인 남원 출신이 아니며 글로벌한 도시 상하이에서 생애의 많은 기간을 보낸 이력까지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오랜 전통의 미인 대회가 배출한 수많은 진·선·미 중 ‘춘향’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심사평에 수긍을 하게 된다. 미래적이면서 고혹적이고 적극적이면서 고요한 그녀의 특별한 이미지 때문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산업학과 3학년 학생답게 그녀는 패션에 자존을 바치는 중이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최고의 학문으로 여기며, 드레이핑 과제 제출을 위해 밤을 하얗게 새우곤 한다. 장차 밀라노와 뉴욕의 프레타 포르테 하우스에서 활동하는 실력 있는 패셔니스타가 되는 것이 그녀의 꿈인 것이다. 그러나 “춘향과 같은 순정한 사랑을 해야 한다”는 엄마의 조언은 급기야 ‘글로벌 춘향선발대회’에 도전하는 동기가 되며 그녀의 진행 방향에 새로운 변곡점이 됐다. 춘향의 내면에 깃든 강인함, 이몽룡에 대한 결연한 사랑을 키워내는 자신감과 당당함에 깊이 매료되고 말았다. 이것이 그녀를 춘향답게 하는 미덕이자 자질인 듯싶다. 춘향에 빠진 김정윤의 남원식 사랑이 그녀를 더욱 빛나고 그윽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녀를 만난 6월 중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도시 전체를 열돔에 갇히게 했지만 그녀는 서늘한 그늘에 머물다 햇볕 아래로 막 나온 것처럼 상쾌해 보였다. 열에 들떠 번들거리는 필자의 얼굴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스춘향 진’의 품격에 맞는 점잖으면서도 맑은 미소가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2407_05_2.jpg
‘2024 글로벌 춘향선발대회’ 예심을 위해 촬영한 컷. 사진을 접한 모두가 그 옛날 광한루의 춘향을 빼닮은 모습이라며 일찌감치 그녀를 진의 물망에 올려놓았다.

‘미스춘향 진’의 당선 소감에서 어머니가 자신보다 더 미인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어머니의 어떤 점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

“엄마도 한창 시절엔 ‘미스춘향’이 되는 꿈을 갖고 계셨어요. 지금도 예쁜 이목구비와 자태가 여전하시거든요. 제게 대회에 참가해 보라고 여러 번 권유하셨죠. 대기업에서 일하는 유능한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아버지를 위한 내조와 저희 세 자매를 잘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업주부가 되셨어요. 자신의 꿈을 내려놓고 살림에만 파묻혀 지내시는 엄마의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죠. 상대를 위해 헌신하는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얼굴도 예쁘지만 엄마의 그 따스한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활기찬 지역축제, 전통과 미의 제전… 

하지만 바쁘고 각박한 대회 일정 속에서 진에 오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합숙 3일 만에 내게 가능성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너무 예쁘고 발랄하고 재기 넘치며 개성까지 강한 동료들에 비해 아무런 경쟁력이 없다는 걸 알았죠. 허슬 클래스를 따라가지 못해 그만 마룻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그걸 좌절이라고 해야 할지, 공황장애라고 해야 할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마련된 팔씨름 대회에서 제가 1등을 한 거예요. 마른 편에 속하는 제가 도장 깨기 하듯 파워풀한 동료들을 물리치며 1등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죠. 모두들 놀라고 대견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과정을 시험 치듯 하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엄격한 심사위원 앞에서 스피치와 워킹을 하는 순간은 여전히 힘들었어요. 바람만 불어도 그게 무서워서 우는 아이의 마음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극복할 게 많은 삶, 두렵기는 하지만 그걸 해냈다는 기쁨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거겠죠.”  

 

2407_05_1.jpg

 

미스춘향 진을 뛰어넘는 다음의 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

“전공을 살려서 패션업계에 뛰어드는 게 1차 목표였는데 ‘미스춘향’을 경험하면서 제게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디자인 부서의 실장 자리에 오르고 그 이후엔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현실적이면서 거창하기까지 한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 꿈을 갖게 됐죠.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추거나 길게 얘기를 하는, 내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매우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신실한 연기를 해 보이는 배우가 되면 더 근사한 삶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보단 대회 기간 동안 절친이 된 여러 춘향이들과 여행을 가는 게 더 급선무인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빨래도 해주면서 참다운 ‘미스춘향 진’ 역할을 하고 싶어요.” 

 

2407_05_3.jpg
김정윤은 한복의 단아한 선을 유독 좋아한다. 전공을 살린 친환경 한복으로 지구 환경에 기여함과 동시에 춘향의 가치와 예향 남원을 지구촌 전역에 알리고픈 소망을 갖게 됐다.

 

서울·상하이·남원, 세 도시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모두 다 저를 성장하게 한 도시죠. 서울은 매우 다원화된 세계여서 여러 가치관을 접하게 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게 하는 자극과 반응이 가득한 도시예요. 확실히 상하이는 서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지역이에요. 뉴욕이나 홍콩만큼 다양한 인종이 사는 국제 도시니까요. 역설적이게도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늘 일깨우는 곳이기도 하죠. 황푸강변의 마천루가 만드는 야경은 너무도 멋지지만 저는 상해임시정부와 훙커우공원과 같은 우리의 역사가 배어 있는 유적을 더 좋아했으니까요. 내가 누군지, 어디에서 와서, 왜 여기에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곳이죠. 


남원은 밥이 이렇게 맛있고 푸짐한 음식이며 정이란 게 이토록 따스하고 힘이 나는 마음이란 걸 알게 해준 곳이에요. 10박 11일간 합숙을 하며 대회를 치르는 동안 ‘미스춘향’ 관계자와 시민 여러분이 보여주신 격려와 환대, 마음에서 우러나온 친절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미스춘향 진’으로 선발되고 나서 남원 시민께 인사드리는 시가행진을 했는데 장원급제를 한 건 극 속의 이몽룡이 아니라 현실의 나로구나 하는 착각까지 하고 말았어요. 너무나 반가워해 하시며 크게 환호해 주시고 박수를 쳐주시는 분들을 대하면서 나는 미인대회의 그랑프리 수상자가 아니라 저분들의 딸이구나 하는 진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어요. 남원은 제 두 번째 고향이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 카카오톡
  •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년 07월호
    이번달 전체 기사 보기